[OSEN=장우영 기자] ‘아침이슬’을 노래하고, ‘학전’으로 젊응믜 거리를 수놓았던 故김민기가 세상을 떠난 지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사랑하는 극단의 폐관과 동시에 지병으로 눈을 감아 모두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한 그의 뜨거운 열정과 꿈은 여전히 많은 이들의 가슴 속에 남아있다.
1951년 전북 익산에서 태어난 김민기는 서울대학교 회화과에 입학했지만 그림 대신 음악의 길을 걸었다. 대학 신입생 시절인 1970년, 지금도 그를 대표하는 곡이자 저항과 서정의 상징인 '아침이슬'을 작곡하며 데뷔한 그는 '상록수', '친구', '아름다운 사람' 등의 노래들로 민중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시대정신을 고취하며 한국 포크계의 거장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데뷔 음반이 발매 직후 압수당하는 외압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꾸준히 음악 활동을 이어갔다.
음악과 함께 연극에도 진심이었던 김민기는 1991년 서울 대학로에 소극장 학전을 개관하며 한국 공연계에 새로운 역사를 썼다. 특히 1994년 연출한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은 독일 원작을 한국 정서에 맞게 번안하여 8000회 이상 상연, 7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소극장 뮤지컬의 신화를 새로 썼다. 그는 4000번째 공연을 학전 역사상 가장 의미 있는 순간으로 꼽을 만큼 작품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학전은 단순한 극장을 넘어 수많은 예술인들의 산실이었다. 故김광석이 이곳에서 1000회가 넘는 공연을 펼쳤고, 윤도현은 무명 시절 오프닝 무대를 도맡으며 성장했다. 설경구, 김윤석, 황정민, 장현성, 조승우, 이정은, 안내상, 이종혁, 김대명 등 현재도 왕성하게 활동하는 걸출한 배우들이 모두 학전을 거쳐 간 '학전 키즈'다. 김민기는 백상예술대상, 한국뮤지컬대상 특별상 등 수많은 예술상을 수상하며 공로를 인정받았고, 2013년에는 대중문화예술상 은관문화훈장을 받았다.
여전히 열정 넘치고 꿈을 향해 나아가던 김민기였지만 지병이었던 위암이 그를 막았다. 김민기는 위암 4기에 간까지 전이된 상황에서도 자택에서 요양하며 투병 생활을 이어갔지만 그의 건강 악화는 학전 소극장 유지에도 큰 어려움을 끼쳤다.
2024년 학전 창립 33주년을 맞아 폐관을 막기 위한 '학전 AGAIN' 프로젝트 공연이 후배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진행되기도 했다. 문화예술위원회 또한 건물주와 협의하여 학전을 리모델링하고 다양한 문화공간으로 재탄생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였고, 관계자들은 김민기 감독의 건강 회복 후 학전 부활을 모색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끝내 학전은 지난해 3월 14일 폐관됐고, 김민기 또한 약 4개월 만인 2024년 7월 21일, 향년 73세로 세상을 떠났다.
거장의 비보가 전해지자 연예계는 깊은 슬픔에 잠겼다. 박학기는 SNS에 "형님~!! 감사했습니다... 아름다운 곳에서 평안하세요"라는 추모 메시지를 남겼다. 윤도현은 "저에게 아버지 같은 존재이자, 존경하는 음악가 김민기. 학전도 선생님도 대학로도 많이 그리울 것 같습니다"라며 애통해했다. 이적은 "나의 영웅이여, 감사했습니다. 사랑합니다"라며 고인을 추억했고, 알리 역시 "선배님 예술 인생의 발자취를 알게 되고 느끼고, 노래로 조금이나마 체감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며 존경심을 표했다. 고현정 또한 "아 너무 슬프고 먹먹하다. 마음이 마구 꿀렁거린다. 울렁거린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글로 깊은 슬픔을 전했다. 배우 황정민, 장현성은 직접 빈소를 방문했으며, 가수 윤상, 이은미, 장기하, 알리, 배우 류승범, 김희원, 김대명 등 수많은 동료와 후배들이 빈소를 찾아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습니다. 고인의 장례는 유족의 뜻에 따라 조의금과 조화도 받지 않고 비공개로 진행되었으며, 발인 후 학전의 마당과 소극장을 거쳐 장지인 천안공원묘지로 향했습니다.
김민기는 떠났지만, 그의 음악과 그가 지켰던 '학전'의 정신은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다. 학전 홈페이지 아카이브를 토대로 고인이 마지막까지 만든 대본집, 무대, 음악 등을 아르코 예술기록원에서 작업 중이며 2~3년 후 공개될 예정이다. 특히 조카인 김성민 팀장은 "김민기가 연출하지 않는 '지하철 1호선'은 없다"고 단호히 밝히면서도, 미래의 특별한 기념일에는 재연 가능성을 열어두며 고인의 뜻을 이어갈 것을 암시했다. /elnino8919@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