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정승우 기자] 세계의 벽은 높았고, K리그 디펜딩 챔피언 울산 HD는 끝내 이를 넘지 못했다. 하지만 조현우(34)의 눈부신 활약만큼은 대회에 또렷이 남았다.
울산은 26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의 TQL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 F조 3차전에서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독일)에 0-1로 패하며 조별리그 전패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앞선 두 경기에서 마멜로디 선다운스(0-1), 플루미넨시(2-4)에 연달아 패했던 울산은 마지막 경기에서도 승점을 얻지 못한 채 탈락의 쓴맛을 삼켰다.
도르트문트는 이날 승리로 2승 1무(승점 7)를 기록하며 조 1위로 16강에 진출했고, 울산은 0승 3패 조 최하위에 머물렀다. 김판곤 감독은 대회 마지막 경기에서 에릭, 라카바, 보야니치, 루빅손, 이진현, 김민혁, 강상우, 트로야크, 김영권, 이재익, 조현우를 선발로 내세웠다.
이번 대회에서 울산은 한 수 위의 전력을 자랑하는 유럽·남미 팀들과의 대결에서 체급 차이를 절감해야 했다. 그러나 그 가운데에서도 대한민국 대표 골키퍼 조현우는 무려 10개의 선방으로 유럽 챔피언스리그 득점왕 세루 기라시, 조브 벨링엄, 카림 아데예미 등이 이끄는 도르트문트의 파상공세를 버텨내며 세계 무대에서 다시 한번 존재감을 드러냈다.
전반 36분 울산 수비진의 실수를 놓치지 않은 도르트문트는 벨링엄의 패스를 받은 다니엘 스벤손이 왼발로 결승골을 기록했다. 이 장면을 제외하면 도르트문트는 총 27개의 슈팅과 10개의 유효슈팅을 날렸지만, 조현우를 끝내 넘지 못했다.
전반 19분 기라시의 중거리슛, 22분 아데예미의 슈팅, 27분 빌드업 실수로 인한 기라시의 기회, 40분 파스칼 그로스의 문전 슛, 전반 추가시간 기라시의 헤더까지. 조현우는 동물적인 반사신경과 위치 선정을 바탕으로 모두 막아냈다. 후반전에도 쥴리앵 뒤랑빌의 강력한 왼발 슈팅과 얀 쿠토의 굴절된 왼발 슈팅을 연달아 막아내며 '혼자서 버틴 경기'를 만들었다.
영국 'BBC'는 이 경기를 전하며 "쿠토는 득점을 확신했지만, 조현우가 손끝 선방으로 막아냈다"라고 표현했다. 도르트문트의 니코 코바치 감독도 "한국 팀의 골키퍼가 매우 훌륭했다. 그래서 한 골밖에 넣을 수 없었다"라고 경의 어린 평을 남겼다.
'ESPN'은 "기라시는 7번의 슈팅, 4번의 유효슈팅을 기록했지만, 조현우를 넘지 못했다"라며 "도르트문트는 조현우를 단 한 번밖에 뚫지 못했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로스의 왼발 강슛 역시 골이 될 뻔했지만 조현우가 또다시 막아냈다"라고 덧붙였다.
울산은 후반 들어 박민서와 고승범을 투입하며 공격적으로 나섰고, 강상우와 이진현, 에릭의 슈팅으로 간헐적인 반격에 나섰지만, 도르트문트의 안정적인 수비 조직을 넘기엔 역부족이었다. 점유율 37%, 슈팅 수 3(유효슈팅 3)에 그친 수치는 경기 내내 수세에 몰렸음을 보여준다.
K리그 챔피언의 이름으로 출전한 울산은 이번 클럽 월드컵에서 아쉬운 성적표를 남겼지만, 조현우라는 수호신은 다시 한번 세계 무대에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러시아 월드컵에서 독일을 좌절시켰던 그는 이번엔 분데스리가 득점 2위 기라시와 도르트문트를 상대로 또 하나의 인상 깊은 '선방 쇼'를 완성했다. /reccos23@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