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정승우 기자] 기성용(36)의 이적은 단순한 커리어 이동을 넘어, FC서울 팬심의 균열로까지 번지고 있다. 그의 작별은 조용하지 않았고, 팬들의 외침은 침묵으로 돌아왔다. 결국 서울 서포터스 '수호신'은 응원 보이콧이라는 초강수를 꺼냈다.
기성용은 지난 25일, 자신의 개인 소셜 미디어를 통해 "감독님으로부터 팀의 계획에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은퇴를 결심했지만, 가족과 동료들의 만류로 스스로를 되돌아봤다. 아직 뛸 수 있고, 무엇보다 뛰고 싶다는 마음이 강했다"라고 밝혔다. 서울과의 계약을 해지한 그는, 박태하 감독의 러브콜을 받은 뒤 포항 스틸러스 이적을 결심했다.
그는 "서울은 나의 고향이자 자존심이었다. 마지막까지 이 팀에서 불태우고 싶었지만, 선수로서 끝까지 그라운드를 누비고 싶다는 마음을 버릴 수 없었다"라며 서울 팬들을 향한 애정과 미안함을 동시에 드러냈다. "이기적인 결정일 수 있지만, 진심은 변하지 않았다. 부디 제 선택을 이해해 주시길 바란다"는 부탁도 남겼다.
팬심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기성용의 이적설이 퍼진 직후, 서울 서포터스 연대 '수호신'은 구단에 공식 입장 표명을 요구하며 성명서를 전달했다. 핵심은 두 가지였다. ▲기성용 이적과 관련한 경위 공개, ▲선수단 내 갈등 및 감독 리더십에 대한 투명한 해명. 수호신 측은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이 없다면, 구단이 이후 벌어질 모든 결과를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구단은 별도의 답변 없이 기성용과 이별을 공식 발표했고, 수호신은 "26일 오후 2시까지 답변이 없을 경우 2차 행동에 돌입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수호신의 2차 입장문에 따르면 서울 구단은 14시까지 입장 전달이 어렵다는 의사를 밝혔다. 결국 수호신은 응원 보이콧을 선언했다.
수호신은 "구단과 감독의 무응답 속에 더는 양해할 수 없다. 연대는 김기동 감독의 참여가 필수라는 입장을 분명히 전달했다. 김 감독이 참석하지 않는 간담회는 진행할 수 없다는 뜻도 구단에 전달한 상태다. 추후 간담회와 관련해 감독, 단장, 전체 수호신이 참석하는 방향으로 다시 요청 할 예정이다. 그리고 전체 서포터스가 참석하는 간담회가 열릴 때까지 보이콧을 지속한다"라고 밝혔다. 이들은 오는 2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포항과의 K리그1 경기부터 공식 응원을 중단할 예정이다.
기성용의 이별을 계기로 서울과 수호신의 간극은 깊어지고 있다. 남은 것은 말 없는 관중석과, 낯선 유니폼을 입은 '영원한 캡틴'의 뒷모습이다. /reccos23@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