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대구, 손찬익 기자] 좌완 이승현(삼성 라이온즈)의 완벽투가 빛났다.
이승현은 지난 4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 8⅓이닝 1실점(1피안타(1피홈런) 3볼넷 6탈삼진)으로 프로 데뷔 후 최고의 투구를 선보였다. 9회 1사까지 노히트노런으로 상대 타선을 봉쇄한 그는 신민재에게 솔로 아치를 허용하는 바람에 대기록이 무산됐다.
삼성은 이승현의 활약에 힘입어 LG를 4-1로 누르고 2연승을 달렸다. 박진만 감독은 경기 후 “선발 이승현이 그야말로 인생투를 보여줬다. 노히트노런 달성은 실패했지만, 최고의 피칭이었다. 오늘 경기를 풀어나갔던 과정을 잘 기억해서 본인 스스로 앞으로의 발전에 디딤돌로 삼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승현의 투구수가 적은 편은 아니었기 때문에 우선 기본 몸 상태를 체크했다. 본인이 괜찮다고 해서 밀어붙였다”고 덧붙였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이승현은 “제가 잘 던진 건 아니고 운좋게 땅볼 타구가 야수 정면으로 향했고 어려운 타구도 야수들이 잘 처리해준 덕분에 부담없이 던질 수 있었다”고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노히트노런 달성을 눈앞에 둔 9회 마운드에 오를 때 어떤 기분이었을까.
이승현은 “평소와 다를 바 없었다. 최일언 코치님께서 ‘5회까지 던지고 나서 1회부터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던져라’고 말씀하셨다. 저 또한 그렇게 던졌는데 9회 되니까 관중석에서 우와 우와 하더라. (노히트노런을) 신경 안 쓸 수 없었다. 그래도 평정심을 잃지 않고 던졌다. 아마도 9회 투아웃이 됐으면 신경 썼을 것 같다”고 했다.
노히트노런에 대해 전혀 의식하지 않았던 이승현은 “경기 중 (강)민호 선배님과 (구)자욱이 형이 이건 꼭 이야기해야 한다고 하셔서 노히트노런을 알게 됐다. 저는 별 신경 안 썼다. 제가 후라도처럼 그렇게 긴 이닝을 던질 수 있는 투수는 아니니까. 운이 좋았다. 야수들의 도움 덕분에 잘 던질 수 있었다”고 감사 인사를 표했다.
이승현에게 9회 1사 후 신민재에게 홈런을 내준 뒤 어떤 기분이 들었는지 물었더니 “맞고 나니 아쉽다 싶었다. 그렇게 잘 맞은 타구는 아니었는데 넘어가더라”고 했다. 취재진이 신민재의 프로 데뷔 첫 홈런이라고 하자 이승현도 “진짜요”라고 놀라기도.
9회 1사 후 포수 김재성과 내야진은 마운드 주변에 모여 데뷔 후 최고의 투구를 선보인 이승현을 향해 박수를 보냈다. 이에 “제가 박수치고 싶었는데 정신없었다. 라커룸에 들어가서 고맙다는 인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쉽게 대기록을 달성하지 못했지만 투구수 조절이 잘 이뤄진 건 가장 큰 소득. 이승현도 “직전 등판에서는 뭔가 되게 안 맞았다. 스스로 아쉬운 부분이 너무나 많았다. 그래서 오늘 등판 준비를 되게 열심히 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앞으로 더 좋은 모습으로 후라도처럼 등판할 때마다 6,7이닝 책임지는 투수가 되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이승현은 이닝이터가 되기 위해 후라도의 장점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포수 김재성을 향한 인사도 빼놓지 않았다. “낯부끄러워서 기사를 통해 인사하는 건 그렇고 밥 한 번 제대로 사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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