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비옹테크, 윔블던 결승서 114년 만에 '6-0 6-0'...첫 잔디코트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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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2025년 7월 13일, 오전 10:33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잔디코트에서 유독 약했던 시비옹테크(4위·폴란드)가 114년 만의 진기록을 수립하면서 생애 처음으로 윔블던 대회 정상에 올랐다.

폴란드의 이가 시비옹테크가 윔블던 테니스 대회 여자 단식 우승을 차지한 뒤 트로피에 입을 맞추고 있다. 사진=AFPBBNews
윔블던 테니스 대회 여자 단식 결승에서 114년 만에 ‘베이글 세터’ 승리를 따낸 이가 시비옹테크. 사진=AFPBBNews
시비옹테크는 12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올잉글랜드 클럽에서 열린 윔블던 테니스대회(총상금 5350만파운드·약 994억원) 여자 단식 결승에서 어맨다 아니시모바(12위·미국)를 세트스코어 2-0(6-0 6-0)으로 눌렀다.

테니스에서 상대에게 한 게임도 내주지 않고 승리하는 것을 ‘베이글 세트’라고 부른다. 상대 점수인 ‘0’이 동그랗고 가운데가 뻥 뚫린 베이글 모양과 닮았다고 해서 붙은 별칭이다.

윔블던 여자 단식 결승에서 베이글 세트가 나온 것은 1911년 도로시 체임버스(영국)가 도라 부스비(영국)를 꺾고 우승한 이후 무려 114년 만이다. 메이저 대회 전체로는 1988년 프랑스오픈 결승에서 슈테피 그라프(독일)가 나타샤 즈베레바(당시 소련)를 역시 2-0(6-0 6-0)으로 이긴 이후 37년 만이자 통산 세 번째다.

시비옹테크는 메이저 대회에서 베이글 세트 경기를 많이 만들기로 유명하다. 통산 32차례 6-0 승리를 따내 현역 선수 가운데 빅토리야 아자란카(40회·벨라루스), 캐럴라인 보즈니아키(35회·덴마크)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그래서 ‘이가의 빵집’(Iga‘s Bakery)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앞서 프랑스오픈에서 네 번, US오픈에서 한 번 우승한 시비옹테크는 윔블던에서 개인 통산 6번째 메이저 단식 우승을 달성했다. 앞으로 호주오픈에서만 정상에 오르게 되면 대망의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게 된다. 이번 대회 우승 상금은 300만 파운드(약 55억7000만원).

2020년대 이후 여자 테니스에서 꾸준히 강자로 군림한 시비옹테크는 이 대회 전까지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이상급 대회 단식에서 22번 우승을 차지했다. 그 중 하드코트에서 12번, 클레이코트에서 10번 정상에 올랐다.

특히 클레이코트에서 유독 강했다. 클레이코트에서 열리는 프랑스오픈에서 2020년, 2022년, 2023년, 2024년 등 네 차례 우승을 차지했다.

반면 잔디코트 우승은 한 번도 없었다. 심지어 결승에도 오른 적이 없었다. 잔디코트에서 열리는 윔블던에서 거둔 최고 성적이 2023년 8강일 정도였다.

하지만 시비옹테크는 지난달 말 독일에서 열린 바트 홈부르크오픈에서 준우승하며 잔디코트에 대한 자신감을 끌어올렸다. 결국 윔블던 우승까지 차지하면서 ‘잔디 징크스’를 완전히 날려버렸다.

지난해 6월 프랑스오픈 이후 13개월 만에 다시 메이저 대회 우승컵을 들어올린 시비옹테크는 다음 주 발표될 세계랭킹도 4위에서 3위로 끌어올렸다. 그는 2023년 1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세계 랭킹 1위를 지킨 바 있다.

더불어 시비옹테크는 이날 승리로 메이저 대회 통산 100승(20패)을 달성했다. 2004년 세리나 윌리엄스(은퇴·미국)가 116경기 만에 메이저 100승을 달성한 이후 최소 경기 100승 기록이다.

폴란드 선수로서 최초로 윔블던에서 우승한 주인공이 된 시비옹테크는 메이저 대회 단식 결승 6전 전승이라는 기록도 달성했다. 프로 선수들의 메이저 대회 출전이 허용된 1968년 이후 메이저 대회 단식 결승에서 6전 전승을 거둔 선수는 마거릿 코트(은퇴·호주), 모니카 셀레스(은퇴·미국)에 이어 시비옹테크가 세 번째다.

경기는 일방적이었다. 시비옹테크는 이날 2001년생 동갑 아니시모바를 맞아 불과 25분 만에 1세트를 6-0으로 따냈다. 이어 2세트 역시 한 게임도 내주지 않고 우승을 확정지었다. 1, 2세트를 치르면서 걸린 시간은 겨우 58분이었다.

결승전은 싱거웠지만 우승까지 오르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지난해 8월 도핑 양성 반응으로 1개월 출전 정지 징계를 받은 시비옹테크는 세계 1위에서 밀려난 뒤 급격히 내리막길을 걸었다. 4연패에 도전했던 지난달 프랑스오픈에서도 4강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당했다.

하지만 시비옹테크는 윔블던 우승을 통해 마음고생을 털고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는 “진짜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나도 윔블던 우승과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다. 아무도 예상 못 한 우승이라 스스로 자랑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 게임도 내주지 않고 베이글 세트로 결승전을 마친데 대한 자신의 생각도 전했다.

시비옹 테크는 “테니스는 경기력이나 체력도 좋아야 하지만 멘털 스포츠이기도 하다”며 “결승전이 일방적으로 끝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는 스트레스와 같은 변수가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결승에서 좋은 경기를 하려면 그 전에 치르는 경기 시간도 최대한 줄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4강에서 아리나 사발렌카(1위·벨라루스)를 꺾는 이변을 일으키며 생애 첫 메이저 대회 결승 진출을 이뤘던 아니시모바는 결승에서 충격적인 완패를 당했다.

2023년 번아웃 증상을 호소하며 8개월 정도 활동을 중단했던 아니시모바는 이번 대회 결승까지 오르며 돌풍을 일으켰지만 우승 문턱에서 허무하게 주저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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