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우충원 기자] 한국과 일본에게 완패를 당한 중국 대표팀 사령탑이 '레알 마드리드' 핑계를 댔다.
중국은 12일 경기도 용인 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남자부 2차전에서 일본에 0-2로 패했다. 앞선 대한민국과의 개막전에서 0-3으로 무릎을 꿇은 데 이어 이번에도 단 한 골도 기록하지 못한 채 고개를 숙였다.
이날 일본은 1차전에서 홍콩을 6-1로 꺾었던 선발 라인업을 전원 교체하며 사실상 2진을 내세웠다. 하지만 중국은 이마저도 넘지 못했다. 전반 11분 일본의 호소야 마오에게 선제골을 내줬고 후반 18분에는 모치즈키 헨리 히로키의 슈팅이 수비수 주첸제의 다리를 맞고 굴절되며 추가 실점으로 연결됐다.
공수에서의 난조는 전반 17분 장위닝의 일대일 기회 무산 장면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동점골 기회를 놓친 뒤 분위기를 전환하지 못한 중국은 전반 내내 라인을 끌어올리지 못했고, 후반전 역시 마찬가지였다.
중국은 이로써 2경기 연속 무득점·패배를 기록했지만, 골득실에서 홍콩(-7)에 앞선 -5로 3위에 머무르게 됐다. 홍콩과의 최종전에서 패할 경우 최하위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 나선 주르예비치 중국 임시 감독은 패배에도 긍정적인 해석을 내놓았다. 그는 “일본이 아시아에서 가장 강한 팀이라는 걸 알고 있었고 우리는 나름대로의 전술적 준비를 했다”며 “젊은 선수들이 어려움을 겪었지만 몇몇 요소는 계획대로 실행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첫 실점이 일본의 첫 슈팅에서 나왔고 이후 반격 기회도 있었으나 마무리를 짓지 못했다”며 공격진의 결정력 부족을 아쉬워했다.
부상으로 전반에 교체된 2006년생 신예 왕위동에 대해서는 “상태를 정확히 확인해야겠지만 우려되는 수준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왕위동은 이날 최전방에서 선발로 나섰으나 부상으로 전반 종료 전 교체됐다.
수비 위치 선정 문제에 대해서도 주르예비치 감독은 다소 원론적인 답변으로 일관했다. 그는 “축구는 경쟁의 연속이고 실수도 포함된 스포츠다. 레알 마드리드도 실수를 한다”며 “우리는 부정적인 부분에만 집중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 대표팀의 현실은 무겁기만 하다. 이번 대회 들어 중국 수비진은 두 경기에서 모두 공중볼 낙하지점을 제대로 읽지 못했고, 세트피스와 전환 상황에서 반복적으로 위험 장면을 허용했다. 수비 조직력에 대한 근본적인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주르예비치 감독은 현재 A대표팀을 임시로 이끌고 있는 상황이다. 그는 기존에 중국 U-20 대표팀을 지휘했으며, 이번 대회에서는 세대교체와 조직력 강화의 밑그림을 그리는 역할을 맡고 있다. 하지만 결과와 내용 모두에서 아쉬움이 컸던 두 경기는, 오히려 세대교체의 방향성과 속도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로 이어지고 있다.
중국은 오는 15일 같은 장소에서 홍콩과 대회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이 경기 결과에 따라 중국은 최하위로 떨어질 수도 있다. 동아시안컵을 통해 희망을 찾겠다는 중국의 목표는 현실의 벽 앞에서 좀처럼 힘을 내지 못하고 있다./ 10bird@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