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인환 기자] 한국 여자 축구가 20년 만에 '동아시아 최강' 자리를 탈환한 비결은 3자 맞대결의 다득점 원칙이었다..
신상우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여자 축구 국가대표팀은 16일 오후 7시 30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3차전에서 대만을 2-0으로 제압했다. 이로써 한국은 대회 정상에 올랐다. 1승 2무, 승점 6으로 일본, 중국과 동률을 이뤘으나 삼자간 맞대결 다득점에서 가장 앞섰기에 우승 트로피의 주인공이 됐다.
한국 여자 축구의 레전드 지소연도 생애 처음으로 메이저 대회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그는 지난 2022 아시안컵에서 첫 결승 무대를 밟았지만, 중국에 2-3으로 패하며 아쉬움을 삼킨 바 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중국전 극장 동점골에 이어 우승을 손에 넣는 대만전 결승골까지 터트리며 우승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전반부터 골을 넣으면 무조건 우승하던 한국은 거칠게 몰아쳤으나 쉽게 골은 나오지 않았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선제골이 터졌다. 후반 23분 강채림이 박스 안에서 걸려 넘어지면서 귀중한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키커로 나선 '맏언니' 지소연이 침착하게 차 넣으며 1-0을 만들었다.
한국이 쐐기골을 뽑아냈다. 후반 40분 김혜리가 우측면을 파고든 뒤 박스 안으로 컷백 패스를 건넸다. 장슬기가 이를 정확한 논스톱 슈팅으로 연결하며 골망을 갈랐다. 신상우호는 그대로 2-0 승리를 거두면서 이번 대회 챔피언 등극을 확정 지었다.
최종전까지 한국의 우승 가능성은 불투명했다. 중국-일본 상대로 2경기 연속 무승부를 기록하긴 했으나 만약 앞서 열리는 경기에서 누가 승자가 된다면 자동으로 승점 7로 우승이 확정되기 때문. 그러나 신상우호 입장에서는 천만다행히도 일본과 중국이 0-0으로 비겼다.
신상우호는 첫 경기에서 중국과 2-2로 비겼고, 일본을 상대로도 1-1 무승부를 거뒀다. 두 경기 다 경기 막판에 터진 지소연과 정다빈의 극적인 동점골로 승점을 챙길 수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경기에서 대만을 잡아내면서 포기하지 않는 집념을 우승이라는 결실로 맺는 데 성공한 한국이다.
대만을 제외하고 승점 동률 3팀과 대결에서 한국은 3골, 중국은 2골, 일본은 1골을 넣었다. 이로 인해서 승점 동률인 세 팀간 경기의 다득점을 우선시하는 원칙에 따라 한국의 우승이 확정됐다. 어떻게 보면 중국전과 대만전 모두 끝가지 포기하지 않은 집념 덕에 만든 우승이다.
지소연은 이번 경기를 포함해 169경기 74득점을 기록하며 한국 여자 축구의 살아있는 전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퍼즐이었던 트로피까지 손에 넣으며 꿈을 이뤘다. 경기 후 지소연은 '쿠팡플레이'와 방송 인터뷰에서 "너무 오래 걸렸다. 우승까지 너무 오래 걸렸다. 20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너무 기쁘다. 이렇게 홈에서 우승하려고 지금까지 버텼던 것 같다"라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지소연은 "사실 신경을 안 쓸 수가 없었다. 우리 거에 집중하자고 했는데 다들 경기를 보거나 체크하더라. 다행히 앞 경기가 우리가 원하는 대로 잘 끝났다. 마지막에 대반전으로 이기고 우승할 수 있어서 기쁘다"라면서 "베테랑 선수들이 계속 버텨주고 있기 때문에 어린 선수들도 더 자극받고 성장해 준다면 더 좋은 팀이 만들어질 것 같다"라고 미소를 보였다.
생애 첫 대표팀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지소연은 "비가 많이 오는데도 불구하고 경기장을 찾아주신 팬들께 감사드린다. 집에서 우리와 함께 뛰어주신 팬분들께도 너무나 감사드린다"라고 전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