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HN 박승민 인턴기자) 같은 날 이적한 두 포수이지만, 운명은 엇갈렸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포수 유강남과 LG 트윈스의 포수 박동원은 지난 2022년 11월 21일 각각 4년 총액 80억, 54억 원에 FA 계약을 맺고 현재의 팀으로 이적했다.
계약 당시 롯데 자이언츠는 포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시장에 나와 있는 유강남을 영입했다. 유강남이 팀이 떠날 것이 유력하다는 사실을 파악한 LG는 전 소속팀 KIA와의 마찰로 다년계약을 맺지 못하고 FA시장에 나온 박동원을 잡았다. 롯데는 포수로서 수비력과 프레이밍에 강점이 있는 유강남의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 타격 능력에 강점이 있는 박동원이었지만, 잦은 부상과 커리어 평균 적은 포수 출장 이닝을 기록하고 있었기에 롯데는 부상이 유강남을 선택했다.
계약 이후 세 번째 시즌이 반환점을 돌았다. 두 선수가 각 팀에서 남긴 발자취는 크게 엇갈렸다.
프레이밍을 강점으로 가지고 있던 유강남은 이적 첫해인 2023시즌 프레이밍 득점 기여 리그 1위에 오르는 등 본인의 강점을 살려 좋은 활약을 펼쳤다. 약점으로 꼽히던 도루저지도 전 소속팀 LG에서의 마지막 시즌에 비하면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타격에서도 wRC+100을 넘기며 무난한 모습을 보였다. 전반기 극심한 부진 이후 롯데의 순위 경쟁이 마감된 후반기에 타격 페이스가 올라왔던 점은 아쉬웠지만, 다음 시즌 활약을 기대하게 했다.

하지만 2024시즌을 앞두고 KBO가 스트라이크/볼 판정을 자동으로 실행하는 ABS의 도입을 밝히면서, 유강남의 강점이 옅어졌다. ABS 도입으로 인해 프레이밍 능력이 유명무실해진 유강남은, 장점보다 단점이 부각됐다. 설상가상으로 2024시즌 부상을 당하며 6월 이후 시즌아웃 되었다. 이 시즌 52경기에서 타율 .191과 OPS .599, wRC+(조정 득점 창출력, 스탯티즈 기준) 50.3으로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수술과 재활 이후 이번 시즌은 정상적으로 시작했지만, 다사다난했다. 4월 타율 .375를 기록하며 맹타를 휘둘렀지만, 5월 타율 .231을 기록하며 급격히 방망이가 식었다. 타격 부진에 포수 리드에서도 롯데 김태형 감독의 신뢰를 받지 못하며 2군으로 내려가기도 했다. 이번 시즌 타율 .283과 OPS .810, wRC+ 128.6으로 좋은 타격 성적을 기록하고 있는 유강남이지만 남은 시즌 활약이 중요하다.
특히 무릎 수술 이후 기존 좋은 평가를 받던 수비력에서도 예전만 하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평가를 반전시킬 활약이 필요한 유강남이다.

반면 박동원은 LG 이적 이후 커리어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2023시즌 17홈런과 wRC+ 117.7, 2024시즌 22홈런과 wRC+ 111을 기록하며 공격형 포수로서의 진가를 드러내고 있다. 2023시즌 포수로 982이닝, 2024시즌 944.2이닝을 소화하며 풀타임 주전 포수로 활약, 우려를 지웠다. ABS 도입과 함께 프레이밍의 가치가 급락하자 블로킹 능력에서의 강점도 돋보이기 시작했다.
지난 두 시즌 이미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 4.13, 4.40을 기록하며 2년 연속으로 커리어 하이를 갱신한 박동원이지만, 이번 시즌 이미 이 부문 4.32의 수치를 기록하며 또 한 번 최고의 시즌을 경신할 모양새다. 특히 이번 시즌 기록하고 있는 4.32의 WAR은 규정 타석을 소화한 타자 중 1위이다.
이번 시즌 도루저지율은 21.4% 수준이지만, Pass/9은 .209에 달한다. 타격 부문의 활약에 더해 포수로서의 안정감 역시 훌륭하다. 오히려 히어로즈-KIA 시절에 비해 개선된 지표를 기록하고 있다.
유강남은 19일 기준 롯데 이적 후 세 시즌 동안 4.11의 WAR을 기록했다. 반면 박동원은 12.85의 WAR을 누적했다. 단순 수치로 비교하면 세 배의 활약상을 보여줬던 셈이다. 특히 박동원은 2023년 LG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견인하는 등 의미 있는 커리어를 쌓았다.
같은 날 계약한 두 선수의 운명이 엇갈리고 있다. 남은 시즌, 그리고 다음 시즌 두 선수가 펼칠 활약에 관심이 집중된다.
한편, 두 선수는 19일 오후 6시 잠실구장에서 펼쳐질 LG와 롯데의 맞대결에서 활약할 예정이다.
사진=연합뉴스, 롯데자이언츠, LG트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