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백종인 객원기자] 일본의 고교 야구팀 하나가 고시엔 대회 예선에서 연일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고후쿠노카가쿠 학원이라는 팀이다. 영어로 해피 사이언스 아카데미(Happy Science Academy), 한자 표기로는 행복의 과학(幸福の科学) 학원이라는 이름의 학교다. 불교의 신흥 종파가 설립한 교육기관으로 알려졌다.
이 학교는 19일 고시엔 대회 지역(도치기 현) 예선 3회전을 통과했다. 고야마니시 고교에 10-6 역전승을 거두고, 준준결승에 진출한 것이다.
이날 승리는 4번 타자의 결정적인 활약 덕분이다. 4-5로 뒤지던 9회 1사 후 극적인 동점 솔로 홈런을 터트리더니, 6-6이던 연장 11회 1사 만루에도 또다시 타구를 담장 너머로 날려 보냈다. 끝내기 그랜드슬램이었다.
주목할 점은 이 타자의 이력이다. 이름이 에밀 프렌사(3학년),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온 전학생이다. 이를테면 외국인 선수인 셈이다.
그의 아버지 역시 일본 팬들에게는 친숙한 인물이다. 과거 주니치와 요코하마 DeNA, 라쿠텐 등에서 활약한 우완 투수 도밍고 구스만이다(부자관계임에도, 성(姓)이 다르다). 주니치 시절인 2004년에는 10승(5패)을 기록하기도 했다. NPB에서 7시즌 동안 30승 37패의 성적을 남겼다.
아들의 ‘유학’ 역시 그 인연 덕분이다. 주니치 시절의 코치(모리 시게카즈)가 이 학교와 연결시켜 줬다. 친분이 있던 야구부 감독(다나하시 세이치로)에게 소개해준 것이다.
우타자 프렌사는 189cm, 107kg의 체구에서 뿜어내는 파워가 대단하다. 저반발 배트로도 장외 홈런을 때려낼 만큼 엄청난 파괴력을 지녔다는 평가다. 고교 통산 20개의 홈런을 기록 중이다.
현재 포지션은 중견수다. 그러나 아버지처럼 투수가 되기 위해 훈련 중이다. 최고 구속은 145km까지 나오지만 제구에 애를 먹는다. 다나하시 감독은 “빠른 공으로 삼진을 많이 뺏는다. 하지만, 볼넷을 남발하는 경우도 자주 있다. 더 다듬어야 한다”라고 지적한다.
흥미로운 것은 이 학교에 외국인 선수(유학생)가 또 있다는 사실이다. 주전 포수 유니올 에르인 자케스(185cm, 91kg)다. 프렌사의 친구이며, 함께 도미니카에서 전학 간 학생이다.
라인업을 보면 자케스가 3번, 프렌사가 4번을 친다. 막강한 외국인 듀오가 타선의 중심을 이끌고 있다. 예선 2회전 때 둘의 화력이 함께 폭발했다. 자케스가 3타수 2안타 3타점, 프렌사가 5타수 3안타 4타점을 기록했다. 팀이 뽑은 9점 중 7점을 책임진 것이다. (스코어 9-4)
3년째가 된 이들은 일본어도 웬만큼 가능하다. 가끔 번역기 어플을 쓰기도 하지만, 일상생활에 큰 불편은 없다. 초밥을 좋아하고, 생선회도 즐긴다. 컵라면이나 편의점 음식에도 열광한다.
일본에서 문화적 충격을 경험한 순간이 있다. 패하고 나면 (탈락한 뒤) 울음을 터트리는 선수들의 모습이다. 도미니카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차츰 그 심정을 이해하게 됐고, 요즘은 그것 때문에 긴장하게 된다고 한다. 요즘 인터뷰 때마다 하는 말이 있다. “8월에 열리는 본선에 진출해서, 고시엔에서 모교의 교가를 부르는 것이 목표”라는 얘기다.
일본에서 고교를 졸업하면, 드래프트 대상자가 된다. 때문에 몇몇 프로팀 스카우트가 관심을 나타낸다. 특히 파워가 뛰어난 프렌사가 주목의 대상이라는 소문이다.
(행복의 과학 학원에는 2명의 외국인 전학생이 더 있다. 도미니카에서 온 리카르도와 대만 출신 하야시가 2학년에 재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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