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투성이가 된 채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소들(동물해방물결 제공) © 뉴스1
"소는 싸우기 위해 태어나지 않았다."
동물해방물결과 국제동물권단체 '동물을 위한 마지막 희망(LCA)'이 26일 서울 보신각 앞에서 '소싸움 폐지를 촉구하는 시민행동'을 개최했다.
집회 현장에 모인 시민들은 인간의 유희와 오락을 위해 싸움을 강요당하는 소들의 고통을 알렸다. 이어 소싸움의 즉각적인 폐지와 전환을 촉구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소싸움 경기장을 재현한 무대에서 소싸움의 폭력과 모순을 풍자하는 마당극이 펼쳐졌다. 시민들은 소싸움 출전 소들의 이름이 적힌 조끼와 소 얼굴 탈을 쓴 채 고통받는 소들을 대신해 분노했다. 소싸움 폐지와 소들의 해방을 한목소리로 염원했다.
단체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소싸움경기가 가장 활발하게 운영되는 곳은 청도 상설경기장이다. 이곳에서는 연간 약 1,200 경기가 열린다. 관람객은 경기당 1인당 최대 10만 원까지 베팅할 수 있는 사행행위가 허용되고 있다.
경기장 운영을 전담하는 청도공영사업공사는 지방보조금에 의존하고 있다. 적자를 지속돼 세금 낭비 논란을 낳고 있다. 공사 자료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청도 상설경기장 운영에 약 97억 원에 달하는 예산이 투입됐다.
동물해방물결이 발간한 보고서 '이제는 멈춰야 할 소싸움, 청도 상설경기와 민속대회를 중심으로'에 따르면 싸움소는 경기 출전은 물론 훈련, 이송 과정 전반에서 극심한 통제와 학대를 경험한다.

'소싸움 폐지 촉구 시민행동'은 26일 보신각 앞에서 소싸움 폐지를 촉구했다(동물해방물결 제공). © 뉴스1
소에게 폐타이어를 끌게 하며 채찍을 내려치는 학대 행위와 경기 중 이마 출혈, 귀 찢김, 뿔 손상 등 심각한 외상을 입는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또한 청도 상설경기장을 비롯해 의령, 창원, 대구, 창녕에서 열린 민속 소싸움대회에서는 불법 도박이 의심되는 정황이 다수 포착됐다는 것이 단체의 주장이다.
특히 청도 상설경기장은 경마·경륜장과 달리 청소년 출입 제한이 없어 미취학 아동부터 중고생까지 폭력적 환경에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장희지 동물해방물결 캠페이너는 "이번 영남권 지역주민 대상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53%가 소싸움의 향후 운영 방향에 대해 '동물의 권리와 사회적 인식을 고려해 축소 또는 전환해야 한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와 지자체는 시민의 요구를 무겁게 받아들이길 바란다"며 "소싸움의 제도적 변화와 동물을 이용하지 않는 대안적 방식을 모색해 지속 가능한 지역 살림과 생명 존중 사회를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피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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