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강산’이 1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고 있는 제47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북한의 세 번째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사진은 북한 조선중앙TV가 2023년 10월 24일 방영한 드론을 이용해 촬영한 붉게 물든 금강산의 가을풍경. (사진=연합뉴스)
북한은 2021년 금강산을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의 특징을 모두 갖춘 ‘복합유산’으로 신청했다. 그러나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으로 심사가 이뤄지지 못했고, 올해 평가 대상에 포함되면서 세계유산 신청 4년 만에 등재가 결정됐다.
세계유산위는 “금강산은 독특한 지형과 경관, 불교의 역사와 전통, 순례 등이 얽혀 있는 문화적 경관으로서 가치가 크다”고 세계유산 등재 이유를 밝혔다.
앞서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금강산’에 대한 세계유산 등재를 권고하면서 “해금강 지역의 해만물상, 총석정 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문화경관’(cultural landscape)으로 등재”할 것을 제언했다.
‘문화경관’은 자연과 인간이 어우러져 형성된 문화적 유산을 뜻한다. 문화와 자연을 이분법적으로 나누던 기존의 방식을 넘어 유산 개념을 확장한 것이다. 1993년 뉴질랜드의 통가리로 국립공원(Tongariro National Park)이 처음 ‘문화경관’으로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금강산’이 1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고 있는 제47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북한의 세 번째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사진은 북한 조선중앙TV가 2023년 10월 중순 촬영한 금강산 10대 경관의 하나인 가을 단풍 모습. (사진=연합뉴스)
선조들이 남긴 문학 작품과 예술품에도 금강산의 숨결이 남아 있다. 고려 후기 문인 이곡(1298~1351)은 금강산과 동해안 지방을 유람한 뒤 기행문 ‘동유기’(東遊記)를 남겼으며, 조선 학자 율곡 이이(1536~1584)는 19세에 금강산을 돌아본 뒤 3000자 분량의 기행시 ‘풍악행’(楓岳行)을 썼다. 진경산수화 대가 겸재 정선(1676~1759)은 비로봉, 만폭동 계곡, 기암괴석 등을 그린 국보 ‘정선 필 금강전도’를 남기기도 했다.
최종희 배재대 조경학과 교수는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금강산은 고려부터 조선에 이르기까지 사대부와 문인들이 꼭 한 던 다녀가야 하는 필수 코스로 여겨졌다”며 “이들이 남긴 시, 산문, 회화가 한민족의 정체성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금강산은 자연유산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고 설명했다.
이번 ‘금강산’의 세계유산 등재로 북한은 총 3건의 세계유산을 보유하게 됐다. 북한은 앞서 ‘고구려 고분군’(2004년)과 ‘개성역사유적지구’(2013년)를 세계유산으로 등재했다. 이와 함께 5건의 인류무형문화유산(아리랑, 김장문화, 씨름, 평양냉면 풍습, 조선 옷차림 풍습)을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