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대금 연동제 위반 3개사 첫 적발…현장선 “처분 수위 낮다” 지적

경제

이데일리,

2025년 6월 26일, 오후 07:04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정부가 납품대금 연동제 시행 이후 첫 직권조사를 실시해 법을 위반한 3개사에 행정처분을 내렸다. 다만 시정명령과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 등에 그쳐 제재 수위가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납품대금연동제 직권조사 결과. (자료=중소벤처기업부)
중소벤처기업부는 납품대금연동제 첫 직권조사를 실시해 중견기업 A사와 상위 대기업인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B사, C사 등 3개사에 행정처분을 했다고 26일 밝혔다.

납품대금 연동제는 수탁기업이 위탁기업에 납품하는 물품 등의 주요 원재료 가격이 일정 수준 이상 변동하는 경우 그 변동분에 연동해 납품대금을 조정하는 제도다. 지난 2023년 10월 관련 법인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하도급법)과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상생협력법) 개정으로 도입돼 지난해부터 본격 시행됐다.

◇단가변경 계약 후 연동약정서 발급 안해

이번 조사는 지난해 하반기 골판지 상자의 주요 원재료인 원지 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에서 원지 가격의 상승분이 연동제를 통해 납품가격에 적정하게 반영되고 있는지 점검하기 위해 실시했다. 골판지 상자 수요가 특히 많은 식료품제조업, 통신판매업 등 2개 업종에 대해 매출액 상위 5개사, 총 10개사의 위탁기업을 조사 대상으로 선정하고 서면조사, 현장조사 및 수탁기업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중기부는 서면조사를 통해 상생협력법 위반이 의심되는 4개사를 확인하고 위반혐의 기업에 대해 현장조사를 추가로 실시해 거래내역, 약정서 등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연동제 회피를 위한 미연동약정 강요와 같은 탈법행위를 확인하고자 현장조사 대상 기업과 거래 중인 수탁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도 병행 실시했다.

그 결과 연동약정서 미발급 2개사, 약정서 미발급 1개사 등 총 3개사의 상생협력법 위반행위를 적발했다. 이에 따라 A사(창고업)에는 시정명령과 벌점(2점), 과태료(500만원), 교육명령 등 행정처분을 내렸다. B사(식료품제조업)에는 개선요구, 벌점(2점), 과태료(500만원), 교육명령, 공정위 조치요구를 시행했으며 C사(통신판매업)에는 동일한 처분과 함께 과태료 1000만원을 조치했다.

통신판매기업 자회사인 A사는 골판지 상자 납품거래를 제조 위탁하면서 거래기간이 만료됐음에도 약정서를 새로 발급하지 않고 계속 거래한 것으로 나타났다. B사와 C사는 골판지 상자의 단가변경 계약을 체결한 후 연동약정서를 발급하지 않아 적발됐다.

◇“상생협력법 처분수위, 하도급법에 맞춰야”

중소기업계에서는 이번 행정처분 수위가 낮아 연동제 시행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부분 처분이 시정명령이나 개선요구 등 주의 수준에 그쳤다는 점에서다. 최대 1000만원의 과태료 부과 역시 기업 규모에 비하면 약하다는 지적이다.

양찬회 중소기업중앙회 혁신성장본부장은 “중소기업계에서는 상생협력법상 행정처분 수위를 하도급법 수준으로 상향해야 한다고 요청해왔다”면서 “하도급 거래보다 수위탁 거래가 더 넓은 개념이기 때문에 상생협력법을 적용받는 경우가 많은데 상생협력법은 위반 시 처벌 수위가 낮아 제도의 이행을 담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과태료 수준이 낮다 보니 대기업의 경우 1000만원을 물고 법을 이행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며 “상생협력법의 행정처분 수위를 높이는 동시에 우수 이행 기업에 대한 상생협력 세제혜택 등 인센티브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기부는 아직 제도 도입 초기인 만큼 일부 현장 실무자의 제도 미숙지로 인한 법 위반 요인이 있다는 입장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기업들이 의도적으로 법을 이행하지 않았다기보다는 제도를 잘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행정처분 수위가 약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소관 법 내에서 조치할 수 있는 부분을 한 것”이라고 했다.

중기부는 제도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유관기관과 함께 현장 설명회 개최, 연동제 컨설팅 지원 등을 강화해 현장 안착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직권조사 역시 연 2회로 확대 실시하고 현장 모니터링 결과를 연간 조사계획에 반영할 계획이다.

최원영 중기부 소상공인정책실장은 “납품대금 연동제는 중소기업계의 오랜 숙원을 중기부가 제도로 이끌어 낸 만큼 책임을 갖고 매년 정기적인 실태조사와 수시 직권조사를 실시하겠다”며 “수탁기업이 체감하고 실질적으로 힘이 되는 제도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