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 패닉바잉 수준, 고민 깊어지는 정부(종합)

경제

이데일리,

2025년 6월 26일, 오후 06:26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서울 아파트 가격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강남3구와 용산구 등 서울 최대 핵심지에서 출발했던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한강벨트로 빠르게 번지면서 성동구, 마포구 아파트 가격이 일주일 새 1% 가까이 급등하며 역대 최고 상승률을 보였다. 정부는 문재인 정부 때처럼 집값 상승을 자극할까 섣불리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에서 집값 상승에 대한 경고음만 커지고 있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 성동·마포 아파트 가격, 강남3구 제치고 1% 상승

26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6월 넷째 주(17~23일) 서울 아파트 가격은 일주일 새 0.43% 올랐다. 문재인 정부였던 2018년 9월 둘째 주(0.45%) 이후 6년 9개월래 최고 상승률을 보였다. 작년 3월 마지막 주 이후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5월 둘째 주 이후 7주 연속 상승폭이 확대되고 있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재건축 추진 단지 등 선호단지를 중심으로 매수 문의가 증가하고 매도 희망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며 “상승 거래 사례가 포착되는 등 서울 전체가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성동구 아파트 가격은 0.99% 올라 25개 자치구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부동산원이 2012년 5월부터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최고 상승률이다. 마포구는 0.98%, 광진구는 0.59% 올라 이들 역시 역대 최고 상승률을 보였다.

서울 성동구 옥수동 e편한세상 옥수파크힐스는 국민평형(84㎡)이 이달 15일 24억 3500만원에 거래돼 최고가를 기록했다. 연초까지만 해도 21억 2000만원에 거래됐으나 5개월 만에 3억원 넘게 올랐다. 광진구 광장동 광장현대3단지는 14일 국민평형 기준 18억 4000만원을 찍었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12억 8000만원에 거래됐으나 불과 2주일여 만에 5억 6000만원 오른 것이다.

성동구, 마포구는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의 아파트 가격 상승률을 뛰어넘었다. 강남구는 0.84%, 서초구는 0.77%, 송파구는 0.88% 상승했다. 서초구와 강남구는 2018년 1월 넷째 주(0.78%, 0.93%)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보였다. 송파구는 2018년 1월 셋째 주(1.39%)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용산구는 0.74% 올라 2018년 2월 둘째 주(0.98%) 이후 최대 상승을 기록했다. 강남3구는 올 들어서 아파트 가격이 7~8% 가량 상승했다.

서울 외곽도 오름폭이 커지고 있다. ‘노도강’으로 불리는 노원구는 0.12%, 도봉구는 0.06%, 강북구도 0.16% 상승했다. 구로구와 금천구는 각각 0.14%, 0.06% 올라 작년 9월 이후 최고 상승률을 보였다. 경기도 핵심지로도 집값 상승세가 번지고 있다. ‘준강남’ 과천은 0.47% 올라 전주(0.48%)보다는 상승률이 둔화했다. 그 대신 성남시가 0.49%, 성남시 분당구가 0.67% 오르며 상승폭을 키웠다. 성남시는 2018년 9월 둘째 주(0.57%) 이후 최고치를 보였고 분당구는 같은 해 9월 첫째 주(0.79%) 이후 가장 크게 올라 문재인 정부의 집값 급등기 때와 유사한 상승세를 보였다. 용인 수지는 0.23% 올라 3주 연속 0.2%대 상승률을 보였고, 하남은 0.22% 올라 작년 9월 둘째 주(0.35%) 이후 최대 상승을 기록했다.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은 “본격적인 상승장이 오다 보니 풍선효과가 큰 것 같다”며 “강남3구 등에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가 재시행된 이후 4월까지만 해도 조용했으나 5월 말부터 아파트 가격이 미친 듯이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엔 너무 오르다 보니 매수자들도 주춤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24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모습(사진=연합뉴스)
◇ 서울 집값 경고음 커졌다

서울과 경기도 일부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이 폭등세를 보이면서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는 모습이다. 문재인 정부의 일시적인 수요 억제책이 집값 상승을 더 자극한 상황인 만큼 단기 급등세에 즉각 대응하지 않겠다는 것이 이재명 정부의 입장이다.

이재명 정부의 5개년 정책을 설계하는 국정기획위원회의 이춘석 경제2분과장은 “‘5년간의 주택 공급, 주거 복지’에 초점을 맞추겠다”며 “집값의 단기 급등세는 대통령실·국회·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전문가들은 정부 대책이 나올 때까지 현 상황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정부로선 집값을 잡기 위해 실효성이 있는 정책을 찾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단편적으로 토지거래허가제 대상 지역을 성동구, 마포구 등으로 넓힐 수 있지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에 의구심이 생긴다.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토지거래허가제 등 3대 규제를 받고 있는 강남3구와 용산구 집값이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서울, 경기 일부를 제외한 지방은 아파트 가격이 3년째 하락하고 있다. 지방 아파트 가격은 6월 넷째 주에도 0.03% 하락해 2022년 6월 둘째 주 하락 전환한 이후 하락세가 이어질 만큼 서울과 지방간 차별화가 심화하고 있다.

이러는 동안 서울 집값에 대한 경고음은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25일 발간한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소득·임대료·전국 아파트 가격 대비 서울 아파트 가격 차를 의미하는 서울 주택시장 위험지수가 올 1분기 0.90으로 2022년 1분기(0.99) 이후 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기준금리가 하락할 경우 서울 아파트 가격은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한은은 “기준금리 인하 기조 아래 서울 등 수도권 중심으로 주택 가격 상방 압력이 크게 나타날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은은 대출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7월부터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강화될 예정인데 신생아 특례대출, 전세 대출 등이 DSR 규제에 포함되지 않아 이를 포함할 필요가 있다고 한은은 밝혔다. 한은은 “정책금융 공급이 과도할 경우 정부의 재정부담 증가나 주택담보대출 시장의 경쟁이 심화될 수 있다”며 “정책대출에도 DSR 적용 범위를 단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