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풍향계' 마이크론 깜짝 실적…'HBM 특수' 온다

경제

이데일리,

2025년 6월 26일, 오후 06:57

[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메모리 업계 ‘실적 풍향계’로 불리는 미국 마이크론이 시장 기대치를 웃돌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고대역폭메모리(HBM) 매출이 대폭 증가하며 실적을 견인했는데, 올해 하반기에는 HBM 점유율이 D램 점유율 수준으로 올라설 전망이다.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의 올해 2분기 실적에도 청신호가 켜졌지만 ‘만년 3등’으로 불리던 마이크론의 성장세가 심상치 않다.

(사진=로이터)
26일 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이날 2025 회계연도 3분기(3~5월) 실적발표를 통해 매출 93억달러(약 12조6000억원), 영업이익 24억9000만달러(약 3조3784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6.6%, 164.6% 증가한 수준이다. HBM 매출은 전분기 대비 50%가량 늘어나며 D램 부문 매출은 71억 달러를 달성했다. 데이터센터 매출도 전년 대비 2배 이상 올라 분기 최고치를 기록했다.

마이크론의 실적을 견인한 제품은 HBM이다. 마이크론은 주요 고객사인 엔비디아에 5세대 HBM3E 12단을 공급하고 있고, AMD의 데이터센터용 AI 가속기 ‘MI350’ 시리즈에도 공급하기로 했다. 이 밖에도 브로드컴, 마벨, 아마존웹서비스(AWS) 등으로 추정되는 주요 빅테크 기업들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마이크론은 실적발표에서 “우리는 현재 그래픽처리장치(GPU) 및 주문형 반도체(ASIC) 기반 고객사 4곳에 HBM을 대량 출하 중”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마이크론이 HBM 특수를 증명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기대감도 한층 높아졌다. HBM 열풍의 최대 수혜자인 SK하이닉스는 올해 2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또 미국 반도체 장비업체인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AMAT)와 메모리 업체 마이크론을 제치면서 사상 처음 글로벌 반도체업계 시총 상위 10위에 올랐다. SK하이닉스가 마이크론 시총을 제친 것도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더 나아가 7위 미국 텍사스 인스트루먼츠, 8위 미국 퀄컴, 9위 영국 ARM 홀딩스 등을 바짝 뒤쫓게 됐다. 삼성전자도 올해 하반기부터는 실적이 개선 흐름을 탈 것으로 보인다.

메모리 업계가 모두 견조한 HBM 수요로 웃고 있지만, 마이크론의 거센 추격에 국내 기업들은 더욱 빨리 달아나야 하는 실정이다. 마이크론은 올해 HBM 매출이 전년 180억달러에서 350억달러로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HBM 점유율이 전체 D램 시장 점유율 수준에 근접하는 시점은 올해 하반기로 잡았다. 이는 23~24%에 달하는 수준으로 당초 목표했던 시점보다 빠르게 달성하는 셈이다.

마이크론이 현재 짓고 있는 팹(생산공장)마저 순차적으로 가동을 시작하게 되면 생산량에서도 밀리지 않는다. 산제이 메로트라 마이크론 CEO는 “HBM 생산량이 아직 적지만, 사양은 우리가 선두”라며 “생산 수율(합격품 비율)이 개선되고 있고 HBM 생산 능력을 더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미 HBM4 샘플링을 시작해 더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고 있다”며 “HBM4는 내년에 대량 양산을 계획 중”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