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兆 단위' 입찰 앞두고…CATL, 韓서 ESS 인력 채용 나섰다

[이데일리 공지유 기자] 글로벌 1위 배터리 기업인 중국 CATL이 한국에서 에너지저장장치(ESS) 프로젝트 관련 인재 채용에 나섰다. 국내 ESS 시장이 본격 개화하면서 진행되는 조(兆) 단위 사업에 뛰어들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중국의 저가 공세와 경쟁하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CATL 한국 법인인 CATL코리아는 현재 과장·부장급 테크니컬 솔루션 엔지니어를 채용하고 있다. 주요 업무는 △해외 ESS 프로젝트의 기술 요구사항 수집·분석 △ESS 솔루션 설계 및 입찰 문서 작성 △현지 시장의 기술 요구사항 수집·분석 등이다.

CATL은 전기차 및 ESS용 배터리 시장에서 1위 기업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전기차용 및 ESS용 배터리 시장에서 CATL의 점유율은 38%로 가장 높았다. 이같은 상황에서 CATL은 올해 초 한국에 법인을 설립하고 한국 공략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CATL코리아는 사업 목적에 ‘배터리 및 ESS 제품의 판매·설치·운송·유통’ 등을 명시했다. 한국에서 전기차 배터리뿐 아니라 ESS 시장에서도 입지를 키우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ESS 인력 채용도 국내에서 진행되고 있는 대규모 ESS 프로젝트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전력거래소는 지난달 말 540메가와트(MW)의 배터리 ESS를 전국에 도입하겠다며 사업 입찰 공고를 냈다. 국내에서는 정부가 전국 단위로 처음 추진하는 조 단위 프로젝트로, 하반기에는 2차 입찰도 예정돼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워낙 규모가 있는 사업인 만큼 CATL도 입찰에 들어올 것이라는 추측이 많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373220), 삼성SDI(006400),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중국 기업들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북미 등 주요 시장에서 중국 기업들이 압도적으로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하면 ‘홈그라운드’인 한국 시장에서도 저가 공세에 밀려 자리를 내주게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번 ESS 입찰에서 가격지표는 60점(정량), 비가격지표는 40점(정성)으로 평가가 진행된다. 비가격지표 평가는 △계통연계 △산업·경제 기여도 △화재 및 설비 안정성 △기술 능력 △주민 수용성 및 사업준비도 △사업 신뢰도 등으로 구성된다. 가격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만큼, 배터리 3사는 국내 공장에서 생산 물량을 소화하며 비용을 절감하는 한편, 산업·경제 기여도 등 비가격지표에서 강점을 강조하며 경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등으로 국내 기업들이 어려운 상황에서 ESS로 활로를 모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일자리 창출 등 경제 기여도에 높은 평가를 부여하고, 국내에서 AS 센터를 만들도록 하는 등 엄격한 조건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