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정부가 남는 쌀을 의무적으로 매입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재추진 하더라도, 벼 재배면적 감축 노력을 전제로 ‘조건부 의무매입’을 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이는 양곡법 개정안의 부작용을 우려했던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내놓은 ‘절충안’으로, 송 장관의 유임으로 힘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 쌀 판매대. (사진=연합뉴스)
반면 쌀 생산량은 지난해 358만 5000톤(t)으로, 1994년(682만 6167t)보다 47.4% 줄어드는데 그쳤다. 생산량보다 소비가 더 빠르게 줄어들면서 구조적인 공급 과잉 문제는 계속 심화 되고 있다.
정부가 쌀값 안정을 위해 남는 쌀을 사들이는 비용도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정부는 공공비축제도가 도입된 2005년 이후 12차례에 걸쳐 남는 쌀을 시장격리(매입) 했다. 지난해 정부가 초관 쌀을 매입·관리하고 되판 뒤 부족한 차액을 메우기 위해 들인 정부 재정은 2조 343억원에 달했다. 전년(1조 7700억원)보다 14.9% 늘어난 수치로 2005년 이후 역대 최고치다.
정부가 사들인 쌀을 보관하고 관리하기 위해 사용한 비용도 지난해 5049억원으로 전년(3929억 원)보다 28.5% 늘었다. 역시 2005년 이후 최고치다. 올해도 5월 말 기준 정부 양곡 창고의 재고량은 124만 4000t에 이르러 관리비용은 작년보다 더 늘어날 전망이다.
◇ 양곡법 개정안 ‘조건부 의무매입’으로 완화 전망
이 같은 이유로 양곡법 개정안을 재추진하더라도 ‘벼 재배면적 감축 노력’을 조건으로 내거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애초 더불어민주당에서 추진했던 양곡법 개정안은 쌀 가격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정부가 과잉 공급된 쌀을 사들이는 것이 핵심이다. 현재는 정부가 필요한 경우 매입하도록 돼 있는데, 이를 ‘의무매입’으로 바꾸는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의무매입은 쌀 공급 과잉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를 불러왔다. 쌀은 다른 작물에 비해 기계화율이 높아 생산하기도 쉽고, 소득도 높다. 쌀이 남아도는데도 다른 작물로 전환이 쉽지 않은 이유다. 여기에 정부가 남는 쌀을 다 사준다고 하면, 쌀 재배 면적이 더 늘어날 공산이 크다. 농촌경제연구원은 의무매입이 포함된 양곡법 개정안을 시행하면 오는 2030년까지 연간 1조 4000억 원의 재정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했다.
이런 문제들을 고려해 ‘조건부 의무매입’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의 벼 재배면적 감축 노력을 이행한 농가의 쌀만 의무매입하는 등의 조건을 다는 것이다. 의무매입 조항을 반대했던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도 이런 대안을 민주당에 제시하며 설득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 문대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에는 ‘정부의 감축 목표를 달성했음에도 쌀값이 하락할 때는 정부가 매입한다’는 내용이 담기기도 했다.
◇ 늘어난 전략작물 수요 부족…정부 수매 및 시장 발굴
다만 쌀 대신 늘어난 전략작물을 뒷받침할 수요가 충분하기 않다는 점은 풀어야 할 과제다. 대표적인 사례로 콩이 꼽힌다. 전략작물직불제 신청은 논에서 현실적으로 재배할 여건이 되는 ‘논콩’에 쏠리고 있다. 이에 지난 2023년 6만 7671ha를 기록한 콩 재배면적은 지난해 7만 4018ha로 9.4% 늘었다. 올해 콩 재배의향면적은 지난해보다 13.6% 늘어난 8만 4100ha로 예측된다. 그러나 1인당 콩 소비량은 7.3kg에 그친다. 이마저도 저렴한 수입산 수요가 높은 상황이다.
정부에서는 전략작물에 대한 지속적인 시장 발굴을 위한 지원도 병행할 방침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올해도 지난해처럼 논콩 물량을 정부에서 매입하는 한편, 시장 수요를 늘리기 위해 두부, 두유 등에 국산 콩을 많이 활용할 수 있도록 홍보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서진교 GS&J 원장은 “전략작물직불제가 농가를 설득할 좋은 인센티브가 되긴 하지만, 충분한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결국에는 또 정부가 매입하는 것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저렴한 수입산 대신 국내산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도 같이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