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의무공개매수 곧일까”…촉각 세우는 사모펀드들

경제

이데일리,

2025년 6월 26일, 오후 06:24

[이데일리 마켓in 박소영 기자] 이재명 정부 출범에 따라 자본시장 관련 대선 핵심 공약이 언제 실현될지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중에서도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은 ‘의무공개매수 제도’를 두고 긴장하고 있다. 제도가 도입되면 대주주로부터 경영권을 인수할 때 공개매수로 소액주주의 지분까지 사들여야 한다. 아직 구체적인 윤곽은 나오진 않았지만 경영권을 확보하려면 상장된 주식 모두를 인수해야 하는 안이 유력한지라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닌 모양이다. 이미 해당 제도를 선제로 따른 사례도 나타난 상황이라 업계 시선이 더욱 집중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26일 국내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의무공개매수 제도를 공약으로 내세운 이재명 정권이 출범된 데 이어 최근 VIG파트너스가 상장사 인수를 추진하면서 “정부가 강조하는 소액주주 권리 보호를 따랐다”고 밝히며 관련 제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앞서 VIG파트너스는 코스닥 상장사인 미용 의료기기 업체 비올을 인수하면서 “소액주주에게도 경영권 프리미엄을 동일하게 제공했다”며 “이는 현 정부에서 강조하는 소액주주 권리 보호 기조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VIG는 자사가 설립한 투자목적회사 비엔나투자목적회사를 통해 비올 대주주 디엠에스(DMS)가 보유한 경영권 지분 인수와 함께 잔여지분에 대한 공개매수를 추진했다. 이때 공개매수 가격을 DMS 지분의 인수 가격과 동일한 주당 1만 2500원으로 산정했다고 했다.

현재 다수 업계 관계자가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예컨대 50개 사모펀드 운용사를 회원사로 두고 있는 사모펀드협의회도 회원사 의견을 청취하겠다고 예고했다. 협의회 한 관계자는 “의무공개매수 제도에 대한 논의는 정치권, 금융당국에서 꾸준히 이뤄졌다”며 “따라서 협의회도 3대 회장에 걸쳐 계속 주시하고 있던 내용”이라고 이야기했다.

업계는 정부가 추진하는 의무공개매수 제도의 밑그림이 어느 정도 완성돼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번 정부는 상장사 지분 25% 이상을 보유하게 될경우 지분 100%를 공개매수를 통해 인수하는 방식을 선호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핵심 공약 중 하나로 의무공개매수 도입을 제시했고, 여기에 관련 법안을 발의한 바 있는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통령 비서실장에 임명돼서다. 강훈식 비서실장은 지난해 ‘상장사 지분 25% 이상을 보유하게 될경우 잔여 주식을 모두 공개매수해야한다’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지분 100%를 공개매수해야 하면 M&A가 이뤄질지 의문”이라며 “3년 전에는 25% 이상의 상장사 지분을 취득해 경영권을 인수하려는 자를 대상으로 ‘50%+1주’ 이상의 지분을 공개 매수하도록 하는 식으로 추진한 만큼 이번에도 공청회 과정을 통해 100%보다는 톤 다운된 제도로 다듬어져 시행되지 않을까 싶다”고 생각을 전했다.

이외에도 업계 일각에서는 제도 도입 전이라도 VIG파트너스처럼 상장사 딜을 추진할 때 소액주주 보호를 염두에 둔 사모펀드 운용사들이 점차 늘어날 거라는 의견이 나왔다. 국내 사모펀드 한 대표는 “고금리와 양적 축소로 주가가 많이 하락해 국내 펀드들이 상장사를 인수하는 데 부담을 크게 갖지 않았다”며 “이에 상장사를 인수한 뒤 상장폐지를 위한 공개매수를 진행하는 사례가 많아졌는데 금융감독원이나 한국거래소에서 상장사에 대한 잣대나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등 상장사 인수는 여전히 유리하지 않다”고 했다. 그는 이어 “또한 흐름을 보면 제도가 곧 도입될 가능성이 높으니 장기적으로 봤을 때 상장사 딜(deal)에서 소액주주 권리를 보호하는 움직임이 늘어날 것 같다고 본다”고 의견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