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원자력안전위원회는 26일 열린 제216회 회의에서 한수원이 앞서 제출한 고리 1호기 해체계획서를 최종 승인했다. 원안위는 “심의·의결 과정에서 법적·기술적 요건이 충족됐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고리1호기는 지난 1978년 4월29일 상업운전을 시작한 한국 최초의 원전이다. 설비규모 587메가와트(㎿)급 가압경수로 방식으로 2017년까지 40년간 상업운전한 후 2017년 6월 영구 정지됐다.
한수원은 이후 규제기관의 기술 검토·보완과 함께 해체계획을 세웠고 2021년 5월 최종해체계획서 등 서류를 원안위에 제출했다. 원안위는 이듬해 1월 심사에 착수해 이번에 최종 승인했다. 원자력안전법은 원전 해체 시 영구정지 5년 내 해체 승인을 신청하게 돼 있다. 또 원안위는 한수원의 신청 후 3년 내(질의기간 제외) 심사해야 한다.
한수원은 이번 승인을 계기로 12년에 걸쳐 고리 1호기를 단계적으로 해체하고 부지를 복원한다. 준비 과정을 거쳐 주요 설비를 제거하고, 이곳의 사용후핵연료(고준위 방사성폐기물)를 처리 후 부지를 복원하게 된다.
한수원은 이미 지난해부터 이곳 설비의 방사성 물질을 제거하는 제염 작업을 통해 해체를 준비해 왔다. 7월부터는 본격적으로 터빈건물 내 설비 해체 작업에 착수한다. 2031년 사용후핵연료 반출을 마치고 방사성 계통 해체를 시작해 2037년 전 과정을 마무리하는 일정이다.
정부는 현재 각 원전 부지 내 저장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을 옮길 중간저장시설과 최종처분시설도 마련하고 있다. 올 3월 국회를 통과해 정부가 9월 시행 예정인 고준위 방폐물 관리 특별법에 따라 2060년 최종처분시설을 준비할 예정이다.
정부가 앞서 수립한 로드맵에 따르면 13년 내 중간·최종 부지를 선정하고 20년 내 중간저장시설을 마련한다. 고리 1호기 해체 과정에서 이곳에 임시 보관 중인 사용후핵연료 400여 다발의 반출 계획도 확정될 전망이다.
◇ 국내서 경험 토대로 해외시장 진출 모색
한수원을 비롯한 원자력계는 국내 첫 원전 해체 사업을 500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글로벌 원전 해체시장 진출의 밑거름으로 만들 계획이다.
K-원전은 자체적으로 해외 원전 수출이 가능한 5개국(한국·미국·중국·프랑스·프랑스) 중 하나일 뿐만 아니라 해체기술 성숙도 역시 주요국 수준으로 평가되지만, 미국 등과 달리 해체 경험이 없었다.
원전 건설과 마찬가지로 원전 해체가 가능한 곳도 미국 등 극소수 기업밖에 없는 만큼, 경험만 쌓는다면 해외 원전 해체시장에 진출할 기회는 비약적으로 커질 수 있다는 평가다. 또 이미 원전 수출에 성공한 아랍에미리트(UAE), 체코 등지를 중심으로 원전 건설부터 운영, 해체에 이르는 전 주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지난해 기준 고리 1호기처럼 영구정지한 원전은 21개국에 걸쳐 209기에 이르지만 이중 해체가 끝난 원전은 21기뿐이다. 대부분 미국이다. 나머지 188기는 해체를 준비 중이다. 또 2050년까지 현재 운전·건설 중인 479기의 원전 중 상당수가 40~80년의 운전 기간을 마치고 영구정지할 예정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최근 2050년까지 총 588기의 원전 해체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고리 1호기 해체에 필요한 예상 비용이 8000억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최소 500조원 이상의 시장이 형성되는 것이다.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고리 1호기 해체는 단순한 설비 철거를 넘어 국내 해체기술 내재화와 전문인력 양성, 산업 생태계 조성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지역사회와의 신뢰 아래 사업 전 과정을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며 사업을 추진해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