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26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이데일리가 분석한 결과 올해 3월 말 기준 적자를 기록한 상호금융 단위조합 수는 총 1009개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말 기준 371개에서 638개(172%)가 늘어난 수치다. 전체 상호금융 단위조합 2208개 가운데 약 46%가 적자를 본 셈이다.
기관별로 보면 신협의 적자 조합 수는 같은 기간 244개에서 557개로 두 배 이상 늘었고 농협은 52개에서 256개로 5배 가까이 증가했다. 산림조합은 32개에서 126개, 수협은 43개에서 70개로 늘었다. 농협과 신협처럼 전국 단위로 조합이 널리 분포한 업권일수록 적자 폭이 더 컸다.
상호금융 단위조합의 적자 폭증은 통상적인 계절적 흐름과 비교해도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통상 연초에는 연도 사업계획 수립과 총회 준비 등으로 실적관리가 미흡해 적자 조합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지만 올해처럼 3개월 만에 적자 조합 수가 1000개를 넘은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렵다.
금감원 관계자는 “상호금융은 업권 특성상 부동산과 건설업 대출 비중이 높은데 지난해 말부터 올 3월까지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아 충당금을 많이 쌓은 영향이 크다”며 “대손충당금이 늘면 손익에 영향을 미쳐 적자가 발생하지만 이는 견디는 과정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협 관계자도 “3월 말 기준 수치는 연말과 비교하면 일시적일 수 있다”며 “통상 연말이 가까워질수록 연체 관리나 채권 회수 등이 강화돼 적자 조합 수는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적자 조합의 급증을 단순히 계절 요인으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전국적으로 부동산 경기가 여전히 침체 국면이다”며 “지역 기반 상호금융 조합이 의존해온 부동산 PF 대출이 본격적으로 부실화하면서 손실이 현실화한 것이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같은 연말 기준 신협은 적자 조합 수가 2019년 119개에서 2024년 말 244곳으로 2배 이상 증가했고 농협도 같은 기간 14개에서 52개로 불어났다. 수협과 산림조합도 각각 2배가량 급증했다. 반면 같은 기간 자산 1조원 이상 대형 조합 수는 농협에서만 80개에서 139개로 크게 늘었고 신협(7개), 수협(16개), 산림조합(0개)은 정체 상태다. 자산은 불어났지만 건전성은 오히려 나빠진 셈이다.
이달 말까지 정리하고 남은 부실 PF의 규모도 상호금융권이 가장 크다. 업권별로 올해 상반기 이후 부실PF 규모를 살펴보면 증권 1조 9000억원, 저축은행 9000억원, 은행 1000억원, 여전사 1조 3000억원, 보험 5000억원인데 반해 새마을금고를 포함한 상호금융은 6조 7000억원에 달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새마을금고를 제외하더라도 조합이 3000여곳으로 금액이 소액이고 대규모 매각을 하기 쉽지 않다”며 “하반기 건전성 관리를 강화하면서 중앙회 등과 협력해 충당금 적립, 상각처리, 공동매각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이에 따라 상호금융권에 대한 감독 자체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현재 저축은행은 총자산 7000억원이 넘으면 감사위원회를 두고 1000억원이 넘으면 상근감사를 두는 등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적용을 받는다. 반면 상호금융 단위조합은 자산 규모에 관계없이 이러한 규제를 받지 않거나 관할 부처가 각각 달라 감독의 일관성이 떨어진다.
금감원은 “상호금융이 지배구조법과 책무구조도 작성 의무의 적용 대상은 아니다”며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진 대형조합을 중심으로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모범규준을 마련하고 있다”고 전했다. 금융당국은 업계와 함께 운영 중인 상호금융 제도개선 TF를 통해 자산 규모에 걸맞은 감독 기준과 현실적인 이행 방안을 논의 중이다. 감독 체계를 단숨에 법제화하는 대신 현장의 인력과 역량과 업권 특성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접근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금감원은 신협법 등 현행 개별 법률에 따라 자산 규모와 관계없이 상호금융의 신용사업 전반을 관리·감독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앞으로 필요 시 책무구조도 작성 의무 부과 등 법제화도 검토하되, 현재는 대형조합 모범규준을 우선 도입하고 실행력을 확보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설명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상호금융 제도개선 TF에서 PF대출 관리, 공동대출 사전심사 강화 등 안건을 논의 중이다”며 “애초 이달 중 발표 목표였지만 안건이 많아 하반기로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금융위, 중앙회와 법령 개정이 필요한 사안도 함께 논의하고 있어 최종 확정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고 말했다.
이인영 의원은 “상호금융 단위조합은 지역 경제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어 부실을 방치하면 자칫 지역 금융불안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며 “자산 규모가 일정 수준 이상인 대형 조합에 대해서라도 금감원의 직접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