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은 최근 영풍·MBK 연합이 제기한 의결권 행사 허용 가처분을 기각했다. 핵심 쟁점은 상호주 보유에 따른 의결권 제한의 적법성이다. 법원은 “상호주 규정에 따른 의결권 제한은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고려아연이 주장한 지배권 방어 논리가 법적으로도 인정받은 셈이다.

(사진=연합뉴스)
이에 따라 분쟁은 본안 소송으로 이어지고 있다. 주총 결의의 적법성, 상호주 규정의 적용 범위, 그리고 배임 여부 등이 향후 법정 공방의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영풍·MBK 측은 즉시 재항고와 함께 본안 소송을 제기하며 경영권 분쟁의 장기전을 예고했다.
최근 주주총회에서는 MBK·영풍 측 인사 4명이 신규 이사로 선임되며 이사회 영향력 확대에 나섰지만, 이사 수 상한제 도입 등의 조치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 우호 이사 구도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따라 MBK·영풍 연합은 주총 결과에 불복하며 이사 선임 효력 정지 가처분 등 추가 법적 대응도 진행 중이다.
경영권 분쟁이 법정 공방으로 비화하면서 양측의 전략도 다변화되고 있다. MBK·영풍 연합은 최윤범 회장과 현 경영진을 공정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는 등 민형사 소송까지 전방위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반면 고려아연은 우호 지분 확보와 이사회 통제력 유지를 위한 대응을 병행하고 있다.
IB(투자은행) 업계는 이번 분쟁이 단기간 내 결론 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한 관계자는 “사법의 시간은 길며, 원하는 판결을 받더라도 곧바로 경영권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사회 재구성, 공개매수, 추가 지분 확보 등이 결국 분쟁의 향방을 가를 핵심 변수”라고 진단했다.
한편 이처럼 고려아연과의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MBK파트너스는 또 다른 투자 포트폴리오인 홈플러스로 인한 부담을 덜어낸 상태다. 최근 서울회생법원이 홈플러스 매각을 전제로 회생계획안을 인가하기에 앞서, MBK는 주주사로서 거래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보유 중인 2조5000억원 규모의 보통주를 전량 무상소각하겠다고 밝히면서다. 자산이 부채보다 많은 홈플러스의 특성상 보통주는 여전히 경제적 가치를 지닌다는 점에서, 이번 결정은 사실상 회수 가능성을 스스로 접은 조치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