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HD현대케미칼)
매출은 1조7092억원에서 1조9642억원으로 14.9% 증가했지만, 매출원가가 1조6895억원에서 2조737억원으로 22.7% 늘어나 매출 증가 폭을 웃돌았다.
HD현대케미칼의 원가부담이 확대된 것은 석유화학 업황 악화에 따른 수익성 저하 영향이 가장 크다. 주요 고객인 HD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이 석유화학 업황 악화로 수익을 내지 못하는 상황이 오랫동안 지속되자 HD현대케미칼도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HD현대케미칼은 HD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이 60대 40 지분으로 출자한 회사다. 정유 제품을 주로 HD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에 판매한다. 주주사에 대한 매출 비중은 약 90%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실제 한신평에 따르면 HD현대케미칼은 지난 2023년부터 정제마진 하락과 방향족 스프레드 축소 등이 가중되며 수익성 확보에 난항을 겪었다. 특히 지난해 3분기부터는 적자를 지속하고 있다.
이는 현금창출력을 나타내는 지표인 상각전영업이익(EBITDA)에서도 잘 나타난다. HD현대케미칼은 지난해 1분기 703억원의 EBITDA를 기록했으나 올해 1분기에는 마이너스(-) 557억원을 기록했다.
여기에 HPC설비 투자에 따른 이자부담까지 가중되며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HD현대케미칼은 올해 1분기에만 597억원을 금융비용으로 지출했다. HPC는 원유 정제 공정에서 남은 중질유를 열분해해 석유화학 제품으로 만드는 설비로 HD현대케미칼이 아시아 최초로 선보였다.
문제는 HD현대케미칼의 차입금을 비롯한 재무부담이 과중하다는 점이다. 이미 차입금 부담이 큰 상황에서 원가율 개선마저 늦어질 경우 수익성 회복은 물론 재무안정성 확보에도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
HD현대케미칼의 올해 1분기 말 기준 총차입금은 3조6763억원으로 이에 따른 차입금의존도는 61.2%에 달한다. 이는 적정 수준인 30%를 2배 이상 상회하는 수준이다.
반면 유동성은 극도로 부족한 상황이다. HD현대케미칼의 올해 1분기 말 기준 현금성자산은 186억원에 불과하다. 유동비율도 64%로 적정수준인 100%를 크게 하회한다.
실질적 차입금 부담을 나타내는 총자본 대비 순차입금비율도 232.8%를 기록 중이다. 차입금에서 현금을 제외한 순차입금이 자본보다 2.3배 이상 많다는 뜻으로, 적정 수준 대비 10배 이상 높은 수치다.
시장에서는 HD현대케미칼이 단기간 내에 수익성과 재무건전성을 개선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최근 신용등급 전망이 하향 조정되면서 조달비용 상승 가능성까지 커진 만큼 업황 악화와 맞물린 이중고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날 한국신용평가는 HD현대케미칼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현재 한신평은 HD현대케미칼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로 평가하고 있다.
한신평은 보고서를 통해 “HD현대케미칼이 주주사를 통한 자본확충 등 재무안정성 회복을 위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면서도 “실적 부진으로 인한 현금 유입 감소 연 2000억원 가량의 이자비용 부담을 고려하면 재무부담이 단시일 내에 큰 폭으로 경감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