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로 돌파구 찾는' 삼성전자, 반도체 MA& '무소식' 왜?

경제

뉴스1,

2025년 7월 12일, 오전 07:30

삼성전자(005930)가 올해 2분기 영업이익 4조 6,000억 원을 잠정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55.9% 하락했다고 공시한 8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으로 직원 등이 오가고 있다. 2025.7.8/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삼성전자(005930)가 2분기 부진한 성적표를 내놨지만 인수합병(M&A)를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 찾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2분기 바닥을 찍고 3분기부터는 실적 반등을 예고하면서 투자자들의 실망감을 최소화하는 데 성공한 모양새다.

하지만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반도체 부문의 M&A는 아직 소식이 없다. 이에 대해 반도체 업계 관계자들은 삼성전자가 수십 년째 '세계 1위' 자리를 지켜오면서 더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이 드물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특히 대부분 국가는 기술력을 갖춘 반도체 기업을 국가 주요 기업으로 지정해 M&A를 허용하지 않는 현실적인 제약도 작용한다.

2년간 6개 회사 인수…미래 성장 동력 확보 주력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실적 부진에도 최근 공격적인 M&A를 감행하며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데 집중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8일 올해 2분기 매출은 74조 원, 영업이익 4조 6000억 원의 잠정 실적을 발표했다.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은 55.9% 급감했다. 당초 시장 전망치(컨센서스)였던 6조 원을 크게 밑돌았다.

삼성전자는 이날 미국 디지털 헬스케어 회사 '젤스(Xealth)' 인수 소식도 함께 공개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인수를 통해 기존 개인의 건강 관리에 중점을 둔 디지털 헬스케어를 사용자의 생체 데이터와 전문 의료 서비스를 연결하는 '커넥티드 케어'로 확장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삼성전자는 로봇(레인보우로보틱스), AI(옥스퍼드 시멘틱 테크놀로지스), 메드텍(소니오), 오디오/전장(룬, 마시모 오디오 사업부), AI 데이터센터 중심의 공조(플랙트) 등 기업을 연달아 인수하면서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2016년 미국 전장·오디오 기업 하만 인수 후 한동안 M&A 소식이 끊겼던 삼성전자가 최근 인수한 기업의 면면을 고려할 때 앞서 단기간에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던 전략을 재가동했다는 것이 업계 반응이다.

삼성전자(005930)가 올해 2분기 영업이익 4조 6,000억 원을 잠정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55.9% 하락했다고 공시한 8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으로 직원 등이 오가고 있다. 2025.7.8/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M&A 절실한' 반도체는?…"부진 만회 가장 효과적이지만 쉽지 않아"

다만 미래 산업과 별개로 삼성전자의 '현재 먹거리'인 반도체 관련 M&A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실적 부진을 만회하고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M&A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고(故) 한종희 전 부회장은 지난 3월 19일 주주총회에서 "미래 성장을 위해 여러 방면에서 지속해서 M&A를 추진했다"면서도 "대형 M&A 성과를 내지 못한 것도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실제 삼성전자는 그동안 영국의 반도체 설계 기업 ARM과 독일, 네덜란드의 차량용 반도체 기업 인피니언, NXP 등을 M&A 대상으로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 결실로 이뤄지진 않았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기업 인수가 어려운 이유는 우선 반도체산업 특성상 성장잠재력이 큰 기업이 매물로 나올 가능성 자체가 희박하다는 데 있다. 게다가 삼성전자가 관심을 가질만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대부분 시장 지배력이 높고, 전략적으로 중요한 기업이라 매물로 나오는 경우는 드물다.

설령 매물로 나온다고 하더라도 이들 기업은 이미 수십조원대의 높은 몸값을 형성하고 있어 쉽게 인수 작업에 뛰어들기는 어렵다.



"패권 경쟁으로 대형 M&A 어려워"…엔비디아도 대형 M&A 실패

무엇보다 반도체 관련 주요 국가 간의 기술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국가 안보, 기술 주권, 시장 독점 이슈 등으로 인해 반도체 산업에서 대형 M&A는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 업계 반응이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분야에서는 기업을 인수할 때 주요 국가의 승인을 받아야 하므로 지금 같이 패권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실제 엔비디아는 2020년 9월 영국의 ARM을 400억 달러(약 44조~79조 원)에 인수하겠다고 발표했으나, 2022년 2월 각국 규제 당국의 반독점 우려와 경쟁 기업들의 반대로 인해 인수가 최종 무산됐다.

당시 미국, 영국, 유럽연합(EU) 등 주요국 규제 당국이 모두 독점 및 시장 경쟁 저해를 우려해 인수 승인을 거부했다. 또한 인텔, 삼성전자, AMD, 퀄컴, 테슬라, 아마존, 구글 등 글로벌 IT·반도체 기업들도 엔비디아의 ARM 인수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인수 실패로 엔비디아는 ARM의 대주주인 소프트뱅크에 약 12억5000만 달러(약 1조 4,800억 원)의 위약금을 지급해야 했다.

삼성전자가 대규모 M&A를 진행할 경우 미국과 주요 우방국에서까지 제동을 걸 수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낙관론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삼성전자가 그만큼 M&A 의지가 어느 때보다 확고다는 것이 업계에서 들리는 소식이다.

실제 한 전 부회장은 3월 주총에서 "글로벌 기술 경쟁이 치열해지는 환경에서 새로운 기술과 역량 확보는 지속적 성장을 위한 필수조건"이라며 "올해 반도체 분야에서 반드시 성과를 이뤄내겠다"고 연말 빅딜 가능성을 예고했다.

kh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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