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록적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 10일 오후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의 한 채소가게. 2025.7.10/뉴스1 © 뉴스1 장시온 기자
"1시간이면 상추 꽁지가 시들어버려"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 구석의 채소가게, 35도까지 치솟은 무더위에 지친 사장 김금순 씨(59)가 상해버린 상추 뭉치를 매대에서 치우며 말했다. 김 씨는 "깻잎과 상추가 제일 먼저 상한다"며 "돈 주고 사 와서 돈 주고 버리는 꼴"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 10일 오후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은 타는 듯한 더위와 푹푹 찌는 열기로 가득 찼다. 상인들은 저마다 선풍기 앞에 자리를 잡고 연신 부채질을 하며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이날 망원시장에는 외국인 관광객이 종종 보일 뿐 한산한 모습이었다.
두부가게 사장 연 모 씨(67)는 더위를 이기지 못하고 냉콩물을 담가놓은 얼음물을 퍼 담아 팔다리에 문지르고 있었다. 안 그래도 줄어든 매출에 냉콩물이라도 팔아야 적자를 면할 수 있다. 연 씨는 "단골 손님도 거의 끊겼다"며 "얼음물도 금방 녹아버려서 냉콩물도 금세 미지근해진다"고 했다.
무더운 날씨에 혹여나 상할까 매대 음식을 안으로 옮기는 상인도 보였다.
분식집 사장 홍 모 씨는 매대 위 꼬마김밥을 매장 안으로 옮기며 "20년 넘게 장사를 했지만 이렇게 더운 것은 처음"이라며 "밖에 앉아있는 것조차 힘이 든다"고 했다. 반찬가게 사장 오 모 씨는 "손님 중에 반찬이 상한 것 아니냐며 따지는 분도 있다"며 "그럴 때는 매장 안 냉장고에 넣어둔 반찬을 드리곤 한다"고 했다.
상하기 쉬운 수산물을 파는 가게들은 '전기료 폭탄'을 무릅쓰고 '코끼리 냉풍기'를 틀어뒀다. 땀을 뻘뻘 흘리며 부채질을 하면서도 냉풍기 방향은 매대에 놓인 수산물을 향해 있었다.
손님이 뜸해졌지만 장사를 안 할 수는 없다. 일부 상인은 고육지책으로 슬러시와 미숫가루를 만들어 팔고 있다. 붕어빵집 사장 전 모 씨(49)는 "붕어빵은 하루에 5개도 안 팔린다"며 "미숫가루에 얼음을 동동 띄워 3000원에 팔고 있는데, 미숫가루 가게로 바꿀까 싶다"고 했다.

기록적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 10일 오후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의 한 분식집 앞에 '김밥 안에 있어요' 팻말이 놓여있다. 2025.7.10/뉴스1 © 뉴스1 장시온 기자
망원시장 상인회에 따르면 망원시장 손님은 날씨가 좋았던 5월에 비하면 거의 10분의 1로 줄었다고 한다. 상인회 관계자는 "원래는 도매상들이 휴가를 가는 7말8초(7월 말 8월 초)에 손님이 제일 없는데, 올해는 무더위가 일찍 찾아온 탓에 벌써부터 손님이 쭉쭉 빠지고 있다"고 했다.
7월 전통시장 체감경기도 최저 수준이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7월 전통시장의 경기전망지수는 69.9로, 5월보다 5.3p(포인트) 하락했다. 악화 이유로는 '경기 악화'가 79%로 가장 많았고, '계절적 비수기'가 34.2%로 뒤를 이었다. 지수가 100보다 낮으면 상인들이 경기 전망을 부정적으로 본다는 뜻이다.
상인회도 애를 쓰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2020년에 설치했던 쿨링포그는 6월에 고장이 나버려 쓸 수 없는 상황이고, 상인들이 더위라도 식힐 수 있도록 제빙기를 구비해 얼음을 나눠주고 있는 형편이다.
상인회 관계자는 "상인들의 푸념을 들어드리는 것 말고는 사실상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8월 중순까지 더 덥다고 하니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 상인은 "마음 같아선 잠시 문을 닫고 휴가를 가고 싶지만, 하루에 두세 명씩 찾아오는 단골 손님들이 헛걸음하면 안 되지 않느냐. 8월까지 잘 버텨 보겠다"며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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