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일 강원 춘천 가락재 고갯길에서 촬영한 르노코리아의 준중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세닉 E-테크(tech) 100% 일렉트릭'의 모습. 2025.07.10/뉴스1 김성식 기자
르노코리아가 오는 8월 출시하는 첫 번째 순수 전기차 '세닉 E-테크(tech) 100% 일렉트릭'을 지난 10일 먼저 타봤다.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임에도 주행감은 세단에 가까워 편안했다. 특히 폭염에서도 1회 충전 시 주행 거리는 500㎞에 달하는 점은 인상적이었다.
이날 서울 성동구 르노 성수에서 강원 춘천시 신북읍까지 왕복 약 240㎞의 거리를 운행했다. 4시간 동안 2인 1조로 주행해 운전석 시승과 조수석 동승 모두 가능했다.
세닉에 오를 때부터 세단에 가깝다는 느낌을 받았다. 전고(높이)가 1590㎜로 동급 전기 SUV 대비 낮고 시트 위치도 아래에 있었다. 옆 차선에 있던 타사 동급 SUV인 '코란도'나 '셀토스'를 올려다볼 정도였다.
강변북로에 접어들었을 때 세단과 같은 주행감은 더욱 두드러졌다. 시속 80㎞로 힘차게 달리기 시작했음에도 체감 속력은 일반 내연기관 세단의 시속 50㎞ 정도에 불과했다. 속력이 높아지면서 유입되는 소음과 진동이 없었다는 얘기다. 서울~양양 고속도로에서 시속 100㎞로 달릴 때도 마찬가지였다.

10일 강원 춘천 가락재 고갯길에서 촬영한 르노코리아의 준중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세닉 E-테크(tech) 100% 일렉트릭'의 모습. 2025.07.10/뉴스1 김성식 기자
윈드실드에 이중접합 유리가 적용돼 풍절음을 줄였다. 또한 차체 바닥과 배터리 케이스 사이에 방음판 역할을 하는 스마트 코쿤이 삽입됐다. 이를 통해 외부 소음이 차체에 유입되거나 노면 진동이 올라오는 것을 최소화했다. 풍절음이 나기 쉬운 선루프에도 이중접합 유리가 들어갔다.
전기차답게 고속도로에서 매우 힘차게 달렸다. 특히 스포츠 모드에서는 액셀 페달에 발을 올리기 무섭게 불과 2~3초 만에 시속 20㎞씩 올라가 몸이 뒤로 강하게 당겨질 정도였다. 세닉의 최고 출력은 218마력(ps), 최대토크는 300Nm로 전기차치고 높은 편은 아니다. 그러나 공차중량이 1915㎏으로 가벼운 편이라 이 정도 출력으로도 날쌔게 움직일 수 있었다.
서스펜션 세팅은 유럽 차답게 단단한 편이라 차선을 변경하거나 코너 구간에서 흔들림 없이 안정적으로 움직였다. 그럼에도 교량 이음부를 지나거나 과속 방지턱을 넘을 때 상당히 부드럽게 넘어갔다. 전륜과 후륜의 서스펜션으로는 각각 맥퍼슨 스트럿, 멀티 링크가 탑재됐다.
서울~양양 고속도로에서 벗어나 와인딩 코스로 유명한 느랏재·가락재 고갯길로 진입하니 이 차의 달리기 실력이 더욱 빛이 났다. 평균 경사도 7%의 오르막·내리막이 반복되는, 굽이진 도로 위에서도 세닉은 흔들림 없이 지면을 단단하게 물고 갔다. 전고가 낮은 데다 배터리 탑재로 무게 중심이 낮게 깔린 영향으로 보인다.

10일 강원 춘천 가락재 고갯길을 르노코리아의 준중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세닉 E-테크(tech) 100% 일렉트릭'을 타고 주행하는 모습. 2025.07.10/뉴스1 김성식 기자
이날 왕복 240㎞를 주행한 뒤 남은 배터리 잔량은 44%, 주행 가능한 거리는 257㎞였다. 전비는 6.1㎞/㎾h로 표시됐다. 출발할 때 배터리 충전 상태가 93%였으니, 트립 컴퓨터가 정확하다면 1회 충전으로 500㎞ 이상 주행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이날 아스팔트 도로 위는 40도를 웃돌았다. 뜨거운 더위에 에어컨을 쉴 새 없이 틀었는데도 환경부 인증치(460㎞)보다 더 긴 항속거리를 보인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생산한 87㎾h 크기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가 탑재됐다.
세닉은 패밀리카를 지향해 C-세그먼트임에도 넉넉한 실내 공간을 확보했다. 르노 전기차 전문 자회사 '암페어'(Ampr)의 최신 전기차 플랫폼을 기반으로 설계돼 휠베이스가 2785㎜로 긴 편이다. 또한 파워트레인과 공조시스템을 엔진룸에 배치해 2열 공간을 극대화했다.
2열 무릎 공간과 머리 공간은 각각 278㎜·884㎜였다. 182㎝인 기자가 앉았을 때도 여유로웠다. 무릎과 1열 시트 사이에는 배낭 하나를 넣을 수 있었고, 머리 위로는 손바닥 두 개가 들어갔다. 2열 암레스트에는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등 다양한 스마트 기기를 놓는 거치대와 C-타입 충전 포트 2구, 내장형 컵홀더 등이 자리했다.

르노코리아의 준중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세닉 E-테크(tech) 100% 일렉트릭'의 2열 실내 모습(르노코리아 제공). 2025.07.10.
다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첨단운전자보조기능(ADAS) 중 차로중앙유지 기능이 잘 작동하지 않아 곡선 구간에서는 운전자의 주의가 필요했다.
차량이 차로 중앙을 유지하지 못한 채 차선을 벗어나기 직전에야 스티어링 휠이 자동으로 움직였다. 차로중앙유지보다는 차선이탈방지 기능에 가까웠다. 앞 차와의 거리를 자동으로 조정하면서 정차 후 재출발까지 지원하는 '스톱 앤 고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기능은 잘 작동했다.
세닉은 전량 프랑스 북부 두에 공장에서 생산되며 올해 국내에 들여오는 물량은 999대로 예정돼 있다. 가격은 트림별로 △테크노 5494만 원부터 △테크노 플러스 5847만 원부터 △아이코닉 6337만 원부터다. 르노코리아 관계자는 "전기차 구매 보조금 확정 전이지만, 환경부와 서울시 보조금을 합할 경우 테크노 트림은 4600만원부터 구매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seongs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