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B2B 강화 잰걸음…'아픈 손가락' 반도체, 장비 개발 착수

경제

뉴스1,

2025년 7월 15일, 오전 07:05

5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의 모습. 2024.7.5/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LG전자(066570)가 자동차 전자장치(전장), 냉난방공조(HVAC)에 이어 반도체 장비 분야에 진출하는 등 기업간거래(B2B) 사업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B2B 사업은 시장 규모가 크기 때문에 진입에 성공한다면 안정적인 매출과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

특히 LG전자가 '꿈의 반도체 장비'로 불리는 고대역폭메모리(HBM)용 하이브리드 본더 개발에 나선 것도 이목이 쏠린다. 과거 LG그룹은 외환위기 구조조정 과정에서 LG반도체를 반강제적으로 현대전자(현 SK하이닉스)에 매각해야 했다. LG 입장에서 반도체는 '아픈 손가락'이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전자 생산기술원(PRI)이 차세대 HBM 제조에 핵심이 되는 하이브리드 본더 장비를 개발하기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아직은 개발 착수 단계지만 만약 LG전자가 하이브리드 본더 개발에 성공한다면 시장을 선점할 수 있고 해 시장을 선도한다면 B2B 기업으로의 체질 전환 성공에 더해 최근 실적 부진을 만회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업계 평가다.

LG전자는 8일 서울 강서구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ES사업본부의 사업 전략방향과 AI 데이터센터향 HVAC 솔루션 등을 소개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마곡 LG사이언스파크 메인 기계실에 설치된 터보 칠러. (LG전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7.8/뉴스1


LG전자, 2030년까지 매출 100조원 기업 목표…핵심축 'B2B'

LG전자는 2030년 매출 100조 원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비전 2030'을 발표하면서 B2B를 비하드웨어 부문, 신사업과 함께 3대 축으로 꼽았다. 2030년에는 B2B 매출 40조 원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LG전자가 B2B 사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는 이유는 경기에 민감한 B2C(기업-소비자간거래)와 비교해 장기 계약을 통해 안정적으로 수익을 확보할 수 있고, 가전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알려진 LG전자의 대표적인 B2B 사업은 △디지털 사이니지 △냉난방공조(HVAC) △전장 등이다.

특히 HVAC은 AI 데이터센터의 열관리, 친환경 규제 강화 등으로 저전력·고효율 설루션이 주목받고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조직개편에서 HVAC 사업을 기존 가전을 담당하는 H&A사업본부에서 분리해 ES(에코솔루션) 사업본부를 신설하는 등 전략적으로 사업을 키우고 있다.

전장 역시 LG전자가 10년 이상 공들이는 B2B 사업이다. LG전자는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디지털 콕핏, 인캐빈 센싱,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 등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시대 수요가 확대되는 설루션을 제공한다. 최근에는 미국 경제 전문지 '패스트 컴퍼니'가 발표한 자동차 부문 '2025년 가장 혁신적인 기업'에 선정됐다.

SK하이닉스 HBM4 12단 샘플(SK하이닉스 제공). © News1 박주평 기자


'아픈 손가락' 반도체…'꿈의 장비' 개발로 B2B 경쟁

LG전자는 여기에 더해 반도체 장비 분야에서도 '꿈의 반도체 장비’로 불리는 HBM용 하이브리드 본더 개발에 착수하며 반도체 장비 시장에 본격 진출을 알렸다.

LG전자 생산기술원은 반도체 패키징 기술을 연구하는 일부 조직을 두고 있는데 이를 확대하고 반도체 패키징 분야 고급 인력들을 새로 영입하는 한편 학계와의 연구 협력도 적극 추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LG전자가 2028년 하이브리드 본더를 양산한다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업계 관계자는 "아직 개발 초기 단계로 내부에서 구체적인 목표가 나온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하이브리드 본더는 여러 개의 반도체 칩을 붙일 때 쓰는 장비다. 기존 반도체 생산 라인에서 활용하던 열압착(TC) 본더는 칩과 칩 사이에 가교 역할을 하는 단자인 '범프'를 놓고 수직 결합했지만 하이브리드 본더는 범프 없이 칩을 포개어 붙일 수 있어 두께가 얇아지고 발열까지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여러 층으로 D램을 쌓는 HBM에서는 꼭 도입해야 할 혁신 기술로 꼽히는 이유다.

이 기술은 아직 HBM에 상용화되지 않은 만큼 LG전자가 개발에 성공할 경우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물론 미국 마이크론 등 HBM 제조사를 고객사로 확보할 수 있다. LG전자가 주력하고 있는 B2B 사업에 탄력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LG전자가 그동안 반도체 제조 외 장비 등 분야에서까지 완전 손을 뗀 것은 아니었다. 이번 하이브리드 본더 개발도 LG전자 생산기술원이 맡을 수 있었던 이유도 반도체 기판 패키징과 검증 장비를 개발·판매해 왔기 때문이다.

LG전자에 있어 이번 개발은 B2B 사업 확장에 더해 반도체 분야에서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하이브리드 본더 시장은 아직 개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HBM 시장에서)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은 아직 상용화되지 않은 만큼 LG전자가 장비 개발에 성공하면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이라며 "B2B 사업에 힘주고 있는 LG전자가 시장을 선도한다면 이는 주요한 수익처가 될 것"이라고 했다.

kh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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