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에 따라 국내 수출 중소기업의 탄소 배출 산정과 검증 역량 확보가 중요해지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CBAM 대응 인프라 구축 사업'을 통해 수출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기업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제도 기반도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중기부는 지난해 5월 '중소기업 탄소중립 촉진법' 제정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후 국회와 소통해 현재 관련 법안 4개가 발의된 상태지만 관련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CBAM 대응을 비롯해 중소기업이 자발적으로 탄소 저감 노력에 나설 수 있도록 신속한 법안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중소기업 위한 탄소중립 촉진법 잇달아 발의
16일 국화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중소기업의 탄소 중립 관련 법안은 △중소기업 탄소중립 촉진에 관한 법률 △중소기업 녹색경영 혁신 촉진을 위한 특별조치법안 2건 △중소기업 탄소중립 지원에 관한 법률 등 총 4건이 발의돼 있다.
이 중에서 중기부가 추진한다고 밝혔던 '중소기업 탄소중립 촉진법'의 주요 내용은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11월 대표발의한 '중소기업 탄소중립 촉진에 관한 법률'에 상당 부분 담겨 있다.
해당 법안은 대·중견기업보다 자본, 정보,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CBAM 등 글로벌 탄소 배출 규제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
주요 내용은 △5년마다 중소기업 탄소중립 기본계획 수립·시행 △중소기업 탄소중립 전담기관 지정 △중소기업 탄소중립 촉진센터 설치 △자발적 온실가스 감축량 검증기관·인증기관 지정 △탄소중립 관련 기술·기업 활성화 등이다.
이를 통해 중소기업도 정부가 추진하는 '2050년 탄소 중립' 목표 달성에 기여하도록 하겠다는 게 법안의 주요 목적이다. 정부는 우선 203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해당 법안을 포함해 나머지 3건의 법안들도 중소기업이 탈탄소 흐름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 중소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국가 전체 배출량의 약 15.8%를 차지하고 있다.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국회 탄소중립 선언식에서 참석자들이 탄소중립 메시지를 들고 비전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한창민 사회민주당 대표,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우원식 국회의장,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천하람 개혁신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공동취재) 2025.6.17/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6개월 남은 CBAM…"규제 완화됐지만 대비 필요"
해당 법안은 '2050년 탄소중립'이라는 장기적인 목표 달성을 위해 발의됐지만 글로벌 탄소 규제는 코 앞으로 다가온 상태다.
당장 EU는 2026년 1월부터 CBAM을 본격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다.
CBAM은 △철강 △알루미늄 △비료 △수소 △시멘트 △전력 등 6개 제품을 수입하는 EU 수입업체에 제품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탄소량만큼 인증서 구매를 의무화하는 제도다.
해당 제품을 수입하는 EU 업체들이 규제의 직접적인 대상이지만, 유럽으로 제품을 수출하는 국내 중소기업도 탄소 배출량을 측정한 뒤 검증 보고서를 제출해야 해 영향을 받는다.
올해 초 EU집행위원회가 EU 내 수입업체의 부담을 낮추기 위해 △면제 기준 변경 △규정 준수 절차 간소화 △배출량 계산 및 인증서 구매 의무 간소화 등을 골자로 한 '옴니버스 패키지 법안'을 제시했으나, 최종 결정은 내려지지 않은 상태다.
그럼에도 박소영·장현숙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EU가 중소기업을 규제 대상에서 상당 부분 제외하도록 제안했지만 중소 수출기업들은 공급망 실사와 지속 가능성 공시와 관련해 여전히 철저한 대비가 요구된다"고 짚었다.

조진형 중소기업중앙회 협동조합본부장이 18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EU-CBAM(탄소국경조정제도)’ 중소기업 대응 정부합동설명회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이번 설명회는 도입 예정인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와 관련해 중소기업들에게 알리기 위해 중소기업중앙회가 주관하고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중소벤처기업부, 관세청 공동주최로 열렸다. 2025.6.18/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탄소 규제 모르는 중소기업 많아…대책 마련 법안 필요"
중소기업계도 탄소중립이라는 거대 담론 속에서 중소기업을 위한 구체적인 지원 법안이 시급하다고 말하고 있다.
CBAM 등 글로벌 탄소 규제를 여전히 체감하지 못하는 중소기업이 많은 가운데 관련 법안 추진은 중소기업계가 자발적인 대응책을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양찬회 중소기업중앙회 혁신성장본부장은 "탄소중립을 실현하려면 원료를 (친환경으로) 바꾸든, 공정을 개선하든 방법을 마련해야 하는데 구체적인 액션 플랜을 담은 법안이 만들어지면 훨씬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소기업이 전체 기업의 99%에 달하는데 탄소 중립 전환을 위한 지원이 집중돼야 할 필요가 있다"며 "공정 업그레이드를 위한 예산 지원 등 관련 법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편 2023년 기준 EU CBAM에 영향을 받는 국내 중소기업은 1358개 사로 집계됐다. 중기부는 이들이 CBAM에 대비할 수 있도록 탄소 배출량 산정 컨설팅과 검증을 종합 지원하는 'CBAM 대응 인프라구축 사업'을 진행 중이다.
leej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