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뉴스1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6일 "중장기적으로 중앙은행의 거시건전성 역할을 보다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적·제도적 장치를 보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아시아개발은행(ADB), 국제통화금융학회(JIMF)와 공동 개최한 ADB-BOK-JIMF 콘퍼런스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이같이 밝
혔다.
현재 우리나라는 거시건전성 정책 수단을 기획재정부와 한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이 나눠 보유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이에 한은은 4개 기관이 매주 정례적으로 만나 경제·금융 상황을 공유하는 이른바 'F4 회의'에서 정책 공조를 도모하고 있다.
이 총재는 "이런 소통 채널은 각 기관이 고유의 정책을 독립적으로 운용하면서도 필요한 분야에서는 공조를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기반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한은은 주요국과 달리 직접적인 거시건전성 정책 수단과 미시감독 권한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면서 "이에 정부와의 정책 조율 과정에서 정책 강도나 방향에 대해 이견이 있을 경우 정책 대응의 신속성과 유효성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8월 가계부채 문제가 다시 악화됐을 당시와 관련해서도 "한은은 주요 선진국과 달리 금융불균형에 직접 대응할 수 있는 거시건전성 정책 수단을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정부와의 정책 협의를 통해 관련 규제의 강화를 제안했다"고 회상했다.
이후 정부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의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등 규제 강화에 나섰고 연말 서울 주택가격 상승세와 가계대출 증가세는 둔화하기 시작했다.
이날 이 총재의 발언은 최근 한은이 추진 중인 중앙은행 권한 확대와 연관된 것으로 해석된다.
한은은 새 정부 출범 이후 국정기획위원회(국정위) 업무보고 등에서 DSR 결정 참여, 금융기관 단독 검사권, 비은행기관 자료 제출 요구권 등의 한은 권한 확대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시 건전성 감독 권한이 필요하다는 입장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은이 가계부채를 비롯한 시스템 리스크만 아니라 개별 은행의 자본비율 상태 등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한은은 과거 산하에 은행감독원을 두고 해당 역할을 수행한 바 있다. 그러나 추후 은행감독원이 금감원에 통합되면서 관계 기관과의 협조가 필요해졌다.
이 총재는 금리 인하 기조와 관련해서는 거시건전성 정책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총재는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약 90%로 이미 소비를 제약할 만큼 높은 수준"이라며 "생산성 낮은 부동산 부문으로의 신용 집중은 성장 잠재력 약화 요인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하반기 정책 당국과의 공조 사례를 가리켜 "금리 인하 국면에서는 거시건전성 정책 강화 기조를 지속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언급했다.
icef0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