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렌탈
앞서 두 차례에 걸친 비공개 서한과 대화 시도에도 롯데렌탈이 유상증자 강행 입장을 고수하자 사외이사들에 대한 공개 설명에 나선 것이다. VIP운용의 주주서한 공개는 이번이 처음이다.
경영권 매각과 유상증자 '패키지딜' 가능성 제기
VIP운용은 주주 서한을 통해 "어피니티가 롯데렌탈 인수 과정에서 주주총회 특별결의 요건 확보까지 염두에 두고 1조 원대 경영권 프리미엄을 지불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이어 "롯데그룹은 자신들이 보유하지도 않은 특별결의 지분율을 어피니티에 고가에 넘긴 셈"이라며 "수개월 전 어피니티가 동일한 방식으로 락앤락 소액주주들을 강제 축출한 전례가 있는 만큼, 롯데렌탈 소액주주들에게 같은 일이 반복될 우려가 크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롯데렌탈은 대주주의 지분 매각과 이사회가 추진 중인 제3자 배정 유상증자는 별개의 사안이고, 유상증자는 대주주 변경에 따른 사채 조기상환 요구에 대응하기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VIP운용은 최근 회사채 발행에서 1000억 원 모집에 6600억 원이 넘는 수요가 몰린 점을 근거로 "필요한 자금은 충분히 부채를 통해 조달할 수 있다"며 "유상증자의 불가피성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이번 유상증자는 지분거래와 무관한 결정이 아니라, 경영권 프리미엄과 긴밀히 연계된 패키지 딜로 볼 수 있다"며 "유상증자가 없었다면 어피니티가 조(兆) 단위의 프리미엄을 지급할 이유도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VIP운용은 "상법 개정 이후 태광산업의 자사주 교환사채 발행, 파마리서치의 인적분할 등 주주 권익을 침해하는 시도들이 여론과 시장의 반발로 철회된 반면 롯데렌탈만이 여전히 논란이 되는 유상증자 강행을 고수하는 현실은 이번 유상증자가 지분 매각과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다는 방증"이라고 강조했다.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락앤락 사태 재현 우려…소액주주 강제 축출 막아야
이번 유상증자가 특히 문제로 지적되는 이유는, 과거 어피니티가 락앤락 인수 후 소액주주들을 강제 축출했던 방식이 롯데렌탈에서도 반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상증자가 완료되면 어피니티는 63.5%의 지분을 확보하게 되고, 기존 지배주주인 롯데그룹 계열사들에 남는 지분율을 합하면 67.7%로서 특별결의(출석 주식 수의 3분의 2 이상,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를 마음대로 할 수 있다.
이 경우 '현금교부형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해 소액주주를 강제로 축출하고 상장폐지를 추진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실제 어피니티는 최근 락앤락 상장폐지 과정에서 공개매수에 실패하자,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통해 청산가치(주당 1만1685원)의 75%에도 못 미치는 주당 8750원에 소액주주들의 지분을 강제로 회수한 바 있다.
VIP운용은 또 발행대상자인 어피니티가 롯데렌탈의 주당 가치를 7만7000원으로 평가하고 있었던 점을 고려할 때, 이사회는 시가보다 충분히 높은 가격으로 신주를 발행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위한 협상이나 시도조차 하지 않은 것은 이사의 임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코스피 5000특별위원회 출범식에서 오기형 특위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2025.6.23/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소액주주 보호해야…사외이사의 결단·행동 촉구
VIP운용은 소액주주 보호를 위한 사외이사의 결단을 촉구했다.
롯데렌탈의 사외이사는 백복인 전 KT&G 대표이사, 박수경 듀오정보 대표이사, 유승원 고려대학교 교수, 최정욱 전 인천지방국세청장 등이다.
김민국 VIP운용 대표는 "지금이야말로 각 이사가 자신에게 부여된 충실의무를 자각하고, 그 책임을 행동으로 증명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유상증자가 그대로 강행된다면 이사 개개인 역시 법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며, 주주와 시장의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사외이사의 존재 이유는 바로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회사의 독립성과 전체 주주의 권리를 지켜내는 데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VIP운용은 이번 사안이 상법 개정의 실효성을 가늠하는 첫 시험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5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개정 상법은 그간 반복돼 온 대주주 중심의 의사결정과 소액주주의 권익 침해 관행에 제동을 걸겠다는 입법 취지를 담고 있다.
김민국 대표는 "소액주주 피해가 명확하게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이사회가 밀어붙인다면 '결국 법을 개정해도 현실은 달라지지 않는다'는 냉소적인 회의론이 시장 전반에 퍼질 것"이라며 "태광산업 자사주 교환사채 발행을 중단시킨 김우진 사외이사처럼 롯데렌탈 사외이사들이 주주가치를 지키는 용기 있는 선택을 보여달라"고 촉구했다.
ke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