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만으론 안돼"…'한은 역할론' 목소리 키우는 이창용(종합)

경제

이데일리,

2025년 7월 16일, 오후 07:04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금융규제와 조사권 확보 등으로 거시건전성 정책에서 한은의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정부와 중앙은행의 정책 공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이유에서다.

한은은 새 정부가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추진하는 것을 계기로, 금융안정을 책무로 둔 한은이 관련 정책 수단을 가져야 한다며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한은·아시아개발은행(ADB)·국제통화금융저널(JIMF) 공동 컨퍼런스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한국은행)


◇ 이창용 총재 “한은, 거시건전성 역할 강화해야“

이 총재는 16일 서울 중구 한은 별관에서 열린 한은·아시아개발은행(ADB)·국제통화금융저널(JIMF) 공동 컨퍼런스의 기조연설자로 나서 “중장기적으로는 중앙은행의 거시건전성 역할을 보다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적·제도적 장치를 보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최근 한은에서 국정기획위원회(국정위)에 거시건전성을 관리할 수 있는 정책 수단과 미시감독 권한 중 금융기관에 대한 단독 검사권을 한은이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건의한 것의 연장선이다. 한은은 국정위에 “한은에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의 이중 책무가 부여돼 있으나, 금리 이외에 금융 불안에 미리 대응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이 확보돼 있지 않다”고 전했다.

거시건전성 정책은 금융시스템 전체의 안정성을 목표로 자산가격 급등, 과도한 신용팽창, 시스템 리스크 등 금융 불균형을 예방·완화하는 정책을 의미한다. 대표적 수단으로는 금융위원회에서 권한을 갖고 있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이 있다.

이 총재는 “한은은 주요국과 달리 직접적인 거시건전성정책 수단과 미시감독 권한을 보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정부와의 조율 과정에서 정책 강도나 방향에 대해 이견이 있을 경우 정책대응의 신속성과 유효성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지난 10일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도 “기재부, 금융위, 금감원, 한은이 거시건전성 정책을 논의할 수 있고, 특히 한은이 목소리를 높여서 정치적 영향력 없이 정책을 강력하게 집행할 수 있는 지배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했다.

◇ ‘포용적 성장’ 위한 정책 제언도

‘포용적 성장을 위한 개발도상국과 신흥국의 재정·통화정책’을 주제로 열린 이날 행사에서는 국내에도 정책적 시사점이 있는 다양한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가지 살라우딘 린셰핑대 교수는 “사회 전체의 불평등을 완화하는 포용적 성장은 소득 불평등이 심화하는 세계적 흐름에서 정책의 최우선 과제가 되고 있다”며 “단순히 공공지출의 총량을 늘리는 것보다, 교육·보건·사회보호 등 포용적 분야에 집중하는 것이 불평등 완화에 더 효과적”이라고 제언했다. 살라우딘 교수는 “부패와 누수 등이 포용적 지출의 효과를 감소시킬 수 있다”며 “정책 설계 시 지출의 ‘질’과 ‘구성’에 주목해야 하며 제도적 기반 강화를 병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예일 한은 부연구위원은 26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를 대상으로 한 연구를 통해 가계부채 수준이 낮을수록 정부지출의 경기 진작 효과가 높아진다는 점을 확인했다. 특히 한국과 같은 비기축통화국 그룹에서는 부채 비율이 높으면 정부지출의 효과가 상대적으로 더 크게 제약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새 정부가 재정 확대를 통한 경기 부양에 힘쓰고 있는 상황에서 가계부채 관리의 중요성을 재차 상기시키는 결과다.

브램 구트예스 세계은행(WB)이코노미스트는 재정준칙 도입 시 충분한 사회적 협의를 거쳐야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효과가 지속된다는 분석을 내놨다. 그는 “재정 준칙의 도입은 평균적으로 기초재정수지를 개선하는 효과가 있지만, 그 지속성은 도입 당시의 경제·정치적 여건이 좌우한다”며 “광범위한 합의와 조율을 거쳐 준칙을 도입할 경우 제도적 기반이 미흡해도 그 효과가 장기간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창용 총재는 “신흥국의 경우 경제 구조가 교과서에서 일반적으로 전제하는 선진국 시스템과 다르기 때문에 정책 운용의 어려움이 더욱 크게 나타난다”며 “주어진 경제 여건하에서 최적의 정책 조합을 모색하는 일은 각국 정책당국, 국제기구, 학계 모두가 직면하고 있는 공통의 과제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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