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중기부 장관 왜 해요?" 질문받은 한성숙…정책으로 답해야

경제

뉴스1,

2025년 7월 17일, 오전 05:35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산업통산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5.7.15/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지난 6월 중기부 장관 후보자 지명 발표가 나왔을 때 적잖이 놀란 사람들이 많았다. 네이버라는 국내 유명 빅테크 수장이었던 사람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정책을 총괄하는 부처의 장관으로 간다는 게 첫 번째 이유였고, 그 제안을 수락했다는 사실이 두 번째였다.네이버 여성 최초 CEO까지 지낸 인물이고, 충분히 인정받는 커리어를 일궜는데 험난한 공직자의 자리를 받아들였다는 점 때문이다.

지난 15일 진행된 인사청문회에선 한 후보자의 선택이 꽤나 의아했던 의원들이 적지 않았던 듯 하다. 여야 가릴 것 없이 "왜 장관을 하시려는 겁니까?"하고 묻는 의원들이 많았다. 몇몇 뼈 있는 질의도 있었다. 한 청문위원은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거대 플랫폼 출신이 우리를 지켜주고 보호해 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것 같다"고 따져 물었다. "대기업부 장관이 어울리지 않느냐"는 비아냥도 있었다.

한 후보자는 처음 중기부 장관직을 제안받고는 고사할 생각이었다고 한다. "이건 안 되겠다"는 생각에 가족에게도 알리지 않았다고 한다. 평생 직장인으로 살며 월급과 스톡옵션 등으로 재산 형성 과정이 상당히 투명했음에도 그저 재산이 많다는 이유로 구설에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가, 기업인 출신이 청문회 문턱을 넘기 어렵다는 관행도 무시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노무현 정부 이후에 기업인 출신 국무위원은 단 4명뿐이다.

그런데도 생각을 바꾼 이유는 무엇인지 기자도 궁금해서 물어본 적이 있다. 지난달 30일 출근길에서 한 후보자는 20년 전 처음 IT업계에 발을 들이던 때를 회상하면서 "나 역시도 (정부 정책의) 수혜자였다"고 했다. 청문회에서는 "중기부 장관이 아니었으면 고사했을 것"이라고 했다.

네이버 대표라는 이력에 가려졌지만, 한 후보자는 20년 전 1세대 벤처붐의 한가운데에서 고군분투하던 벤처기업인이었다. 한 후보자를 잘 아는 소식통에 따르면 직원 월급도 제때 주지 못할 만큼 어려울 때도 있었다고 한다. 후보자가 마음을 바꾼 건 "너도 왕년에 정부 자금을 받아 죽을 고비를 넘기지 않았느냐"는 말 때문이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벤처기업은 한 집안에 새로 태어나는 아이 같은 존재다. 아이가 태어나고 자라야 가문이 지속되고 융성한다. 그런 벤처기업이 대한민국에서는 언젠가부터 계속 줄고만 있다. 국내 벤처기업 수는 지난해 5월 4만 개 선이 무너진 후 지난 6월에는 3만 7419개까지 줄었다. 한 벤처기업 대표는 "'역동성'으로 상징되던 한국의 벤처 생태계에, 역동성이 사라지고 있다"고 했다.

한 후보자는 지난달 27일 출근길에서 "또 한 번의 새로운 벤처붐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역할로 '인프라 확충'을 꼽았다.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죽을 고비'를 넘고 있는 젊은 벤처 기업인들에게 자신이 받은 걸 돌려주고 싶다는 뜻일 것이다.

벤처업계는 다시 꿈틀대고 있다. 벤처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벤처기업 경기전망지수는 99.2로 1년 만에 반등했다. 아직 임명까지는 여러 문턱이 남았지만, "왜 장관을 하려는 겁니까?"에 대한 답은 한 후보자의 몫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벤처기업인들은 죽을 고비를 넘기고 있다.

zionwkd@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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