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축산식품부가 현행 '30개월 이상 미국산 소고기 수입 제한 규제' 철폐 시 관련 산업에 미칠 영향에 대한 내부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 농축산물 비관세장벽 해소가 협상 카드로 부상한 가운데, 미국 측이 한국에 대표적으로 요구한 '수입산 소고기 검역 조치 완화'와 '쌀 수입 쿼터 확대' 중 정부가 소고기 시장 추가 개방에 무게를 두고 검토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최근에는 '미국산 사과 수입 개방'도 관세 협상의 논의 테이블에 오른 것으로 전해졌으며, 정부가 이에 대한 내부 검토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농식품부, 농축산물 비관세장벽 현황 정리…미국산 소고기 규제 완화 검토
17일 농식품부에 따르면 미국 측이 한국으로의 수출 시 까다로운 검역 절차 등을 이유로 규제 완화·철폐를 요구하는 항목들에 대한 목록을 정리 중이다.
한미 관세 협상의 최일선에 선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가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15일 지난 2차 방미 후 협상 진척 상황과 향후 계획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농산물 개방도 전략적 판단이 필요하다”며 사실상 농축산 분야 비관세장벽 해소도 협상 카드로 활용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동안 농축산물 분야 비관세장벽 완화와 관련해 언급을 자제해 온 이전과 달리, 미국이 예고한 협상 시한(8월 1일)이 보름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가 내밀 협상 카드를 이제는 구체화해야 하는 시점이라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농식품부는 미국이 농축산 분야 대표적 비관세장벽 해소 방안으로 요구한 '소고기 수입 제한 조치 해제'나 '쌀 쿼터 물량 확대', '미국 기업의 유전자변형생물체(LMO) 수입 허용' 등에 대한 현황 파악에 나섰다. 핵심은 이들 규제의 완화·철폐가 국내 농축산업에 미칠 영향이다.
이 가운데 가장 주목하는 사안은 '30개월 이상 미국산 소고기 수입 월령 제한 조치'다.
이미 국내 수요 부진으로 공급과잉이 심각한 쌀보다는, 수입문을 더 개방하더라도 국내 브랜드인 한우와 수요 시장이 명확히 구분되는 '소고기'에 협상 여지를 두자는 판단이 깔린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산 소고기를 추가 수입하더라도 가격과 품질면에서 비슷한 호주산 소고기와 경쟁 관계이기 때문에 한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이 2일(현지시간) '상호관세'(reciprocal tariffs)를 발표하고 즉각적인 시행에 돌입한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이번 상호관세 부과 발표를 이틀 앞둔 3월 31일 '2025 국가별 무역장벽 보고서'(NTE)에는 30개월 이상 연령의 미국산 소고기 및 소시지와 같은 가공 소고기 제품 수입금지가 포함돼 있다. 사진은 2일 서울 한 대형마트 미국산 소고기가 진열된 모습. 2025.4.2/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사과도 협상 카드?…농정 "국민 건강 우선 원칙 확고", 통상당국과 조율 과제
미국산 사과 수입 개방 시나리오도 검토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미국산 사과는 가격경쟁력이 높은 데다 품종 다양성도 확보하고 있어, 시장 개방 시 국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 있어 검역 절차를 간소화하는 방향으로 검토가 이뤄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산 사과 수입은 33년째 8단계 검역 절차 중 2단계에 머물러 있다. 미국 측은 한국에 자체 방역을 조건으로 국내 검역 절차를 간소화해달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국내 축산농가 등의 반발이다. 한우농가는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소고기가 수입되면 소비자 불안이 커져 한우 시장도 덩달아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전국한우협회는 전날 성명을 내고 "농축산업의 고통과 희생을 당연한 전제로 여기고 있다. 전국의 농축산인들이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며 단체행동을 시사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도 성명에서 "여기서 더 물러난다면 우리 농업과 먹거리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통상당국과 농정당국 간 내부 조율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협상의 최전선에 선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는 현재 농축산 분야 중 협상 카드로 내밀 품목을 검토 중인 단계로 알려졌다.
반면 농정분야 주무부처인 농식품부는 통상당국의 협조 요청에 따라 농축산 분야 비관세장벽을 들여다보고 있지만, 소고기 수입 월령 제한 조치나 쌀 수입 확대 등 미국 측의 요구 조건에 대해 '국민의 건강권 보장'이라는 원칙을 강조하며 원론적인 반대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통상당국으로서는 시장 개방에 따른 국내 관련 산업군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미국 측에 '상징적인 성과'를 제공할 수 있는 품목을 검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소고기와 쌀, 여타 미국 측이 주시하고 있는 품목이나, 규제들에 대한 부분을 정리하는 차원에서 들여다보고 있다"며 "농산물 비관세장벽 이슈 이전부터 대응 논리 차원에서 해오던 일이다. '국민의 건강권을 가장 우선으로 하겠다'는 우리 부의 입장은 명확하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euni121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