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30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2025 삼성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하고 있다. 2025.5.30/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의 사법 리스크 족쇄 해제 여부가 17일 결정된다. 재계에선 이 회장에게 제기된 의혹에 대해 1·2심에서 모두 무죄가 나온 만큼 대법원 역시 무죄를 선고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이 회장이 사법 리스크를 털고 '뉴삼성' 구축에 속도를 낼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이 회장이 사법 리스크를 모두 털어낼 경우 실적 반등과 미래 먹거리 발굴을 도모하기 위한 행보 역시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글로벌 행보 역시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5년 재판 마무리…이 회장, 9년 만에 사법 리스크 족쇄 벗나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이날 오전 11시 15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부당 합병 사건 상고심 선고기일을 연다.
이 회장은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을 부당하게 추진·계획하고, 제일모직 자회사였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4조 5000억 원대 분식 회계에 관여한 혐의로 2020년 9월 기소됐다. 이후 진행된 1심과 2심에서는 모두 무죄가 선고됐다.
통상 대법원은 사실관계를 따지지 않고 법리 해석과 적용에 관해 판단한다. 이에 원심 결과가 바뀌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특히 사건을 전원합의체로 보내지 않은 만큼 이견이 없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검찰은 2심에서 이 회장의 혐의 입증을 위해 애썼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법조계에선 검찰의 대법원 상고가 무리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예상대로 이 회장이 무죄 판결을 받게 되면 사실상 2016년 국정농단 사태 이후 9년 만에 '사법 리스크' 족쇄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된다.
반등 기회를 찾아야 하는 삼성전자는 이 회장의 무죄 선고가 모멘텀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가 겪고 있는 위기의 원인으로 이 회장이 서초동에 묶여 있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전자(005930)가 올해 2분기 영업이익 4조 6,000억 원을 잠정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55.9% 하락했다고 공시한 8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으로 직원 등이 오가고 있다. 2025.7.8/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반도체 부진' 삼성전자…'사법 리스크 해제' 이 회장 리더십 기대
실제 삼성전자는 오랜 리더십 공백기를 거치며 경쟁력이 크게 약화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 확대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해 고대역폭메모리(HBM) 주도권을 놓쳤고, 미래 성장동력으로 꼽히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서는 분기마다 수조 원의 적자를 내고 있다.
반도체를 담당하는 삼성전자 DS부문은 2024년 영업이익이 SK하이닉스에 사상 처음으로 뒤처졌고, 올해는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이 SK하이닉스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당장 삼성전자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4조6000억 원을 잠정 기록, 지난해 동기 대비 반토막이 났다.
총수가 리더십을 발휘하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면서 이 같은 결과가 나타났다는 점은 아픈 대목이다. 삼성전자 내부에서 이 회장의 무죄 확정을 간절하게 바라는 이유다.

사진은 이날 삼성전자 서초사옥 모습. 2024.10.31/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글로벌 광폭 행보' 이 회장, 사법 리스크 해제 시 투자·혁신 가속도
재계에선 이번 판결로 사법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면, 이 회장이 보다 과감한 사업 재편과 신사업 발굴에 속도를 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실제 이 회장은 2심 무죄 선고 직후부터 보폭을 넓히고 있다. 한동안 중단됐던 인수합병(M&A)이 올해 들어서만 세 차례 이뤄졌다. 삼성전자는 유럽 최대 공조기기 업체인 독일 플랙트그룹(FläktGroup)을 2조 3000억 원대, 미국 마시모(Masimo) 사의 오디오 사업부를 3억5000만 달러에 인수했다. 최근에는 미국 디지털 헬스케어 회사인 '젤스(Xealth)'도 인수했다.
이 회장은 지난달 13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 경제인 간담회에서 "당장의 경제 위기도 중요하지만, 20~30년 후 다음 세대 먹거리를 준비하기 위해 인공지능(AI), 반도체, 바이오에 투자를 늘려가고 있다"고 했다.
글로벌 행보도 본격화했다. 이 회장은 지난 9일부터 13일 글로벌 재계 거물들의 비공개 사교 모임인 선밸리 콘퍼런스에 참석했다. 2심 무죄 선고 직후인 지난 2월 4일에는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 손정의(일본명 손 마사요시) 소프트뱅크 회장을 만나 인공지능(AI) 투자를 논의했다.
이 회장은 중국도 방문, 시진핑 국가주석을 비롯해 글로벌 기업 CEO들과 잇달아 만났다. 이 회장은 중국 출장길에 비야디(BYD) 등을 방문했는데 이후 삼성전기는 BYD로부터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대규모 공급 계약을 따냈다. 재계에선 '이재용 세일즈'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모든 것을 쏟아부어도 글로벌 경쟁에서 이긴다는 보장이 없는 시대"라며 "이 회장이 경영에만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다면 뉴삼성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kha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