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 족쇄' 벗은 이재용, 등기이사 복귀 '독한 삼성' 시동 걸까

경제

뉴스1,

2025년 7월 17일, 오후 12:15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2025.4.9/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이 17일 무죄 확정 선고로 '사법 리스크'를 벗었다. 삼성전자는 10년 가까이 '리더십 공백'에 발목이 잡힌 사이, 30년 넘게 지키던 메모리 반도체 왕좌를 경쟁사에 내주며 총체적 위기에 빠졌다. 이 회장이 6년여 만에 등기이사직에 복귀해 책임경영의 재시동을 걸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9년만 사법 리스크 완전 해소…등기이사 복귀론 재점화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17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를 받는 이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 회장은 1심과 2심에서 모두 무죄를 받았는데, 대법원이 무죄를 확정하면서 2016년 국정농단 사태 이후 9년 만에 사법 리스크의 족쇄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됐다.

재계의 초점은 이 회장이 등기이사직에 다시 오를 것인가로 옮겨질 전망이다. 이 회장은 부회장 시절이던 2016년 10월 임시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됐다가, 2019년 10월 임기 만료로 3년 만에 물러났다. 등기이사 선임 직후인 2017년 2월 국정농단 사건으로 법정구속 되는 등 사법 리스크가 결정적 이유였다.

이 회장은 5년 9개월째 미등기임원 신분을 유지 중인데, 걸림돌이던 사법 리스크가 해소된 만큼 '등기이사 복귀'라는 새 갈림길에 서게 됐다. 국내 5대 그룹 총수 중 유일한 미등기임원이라는 점,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꾸준히 등기이사 복귀 필요성을 강조한 점 등도 이재용 회장의 선택을 주목하게 하는 요인이다.

'그룹의 위기'도 이 회장의 등기이사직 복귀 당위성을 높이는 배경이다. 이 회장이 첫 등기이사직에 올랐던 2016년 하반기는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 발화 및 리콜 사태'라는 초유의 위에 직면했던 때였다. 당시 이 회장은 사내이사에 올라 '책임 경영'을 전면에 선포, 고비를 넘긴 바 있다.

삼성전자는 장기간의 경영 공백 속에서 반도체 부진, 중국의 맹추격, 미국 관세라는 '삼중고'로 제2의 위기를 맞은 상황이다. 특히 삼성전자가 33년간 글로벌 시장을 주도했던 D램 사업은 경쟁사인 SK하이닉스에 1위를 내주며 체면을 구겼다. 이 회장이 그립감을 쥐고 대대적 투자와 신속한 의사결정으로 반등 계기를 마련하려면 등기이사 복귀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삼성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2025.7.8/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상법 개정으로 소송 남발 리스크…고심 깊어진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이 즉각 등기이사에 복귀할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상법 개정으로 이사진에 대한 주주의 고소·고발이 더 쉬워지면서, 자칫 사법 리스크에 또다시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삼성전자 수뇌부 입장에선 '온전한 그림자 경영'과 '불안전한 책임 경영' 중 양자택일해야 하는 입장이다.

재계는 상법 개정안의 대표적 부작용으로 '방어권 없는 주주의 소송 남발'을 꾸준히 지적하고 있다. 개정 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 전체로 확대했는데, 이 경우 이사회가 회사의 이익을 위해 대형 인수합병(M&A)을 추진하거나 신사업에 나서더라도 기대한 성과를 내지 못하면 배임 혐의로 고소·고발되는 시나리오도 가능해진다.

경제 8단체가 지난 3일 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이사의 소송 방어 수단이 마련되지 못했다"며 깊은 우려를 내비쳤던 이유다. 한 재계 관계자는 "주주들의 소송이 무서워 경영진이 중대한 의사결정을 꺼리거나, 유능한 임원이 경영에 참여하는 것을 꺼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며 "(오랫동안 사법 리스크를 겪은) 이 회장 역시 쉬운 결정은 아닐 것"이라고 했다.

재계는 이재용 회장이 '복귀'에 무게를 두고 고심할 것으로 본다. 등기이사로 복귀하지 않을 명분보다, 복귀해야 할 당위성이 절대적으로 크기 때문이다. 이 회장이 올해에만 중국·일본·미국 출장길에 올라 핵심 고객사를 만나며 경영 보폭을 넓혀왔던 만큼, 이사회 참여로 경영 드라이브에 힘을 줄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여준상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 회장으로선 책임 경영과 상법 개정에 따른 제2의 사법 리스크 부담을 마주했지만, 삼성전자의 위기를 타개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책임 경영 쪽에 더 무게를 둘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다른 재계 관계자도 "이 회장이 '독한 삼성'을 천명한 만큼, (등기이사에 복귀해) 고강도 드라이브를 걸지 않겠나"라고 내다봤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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