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가계대출 3조 넘게 줄어든다…'대출 절벽' 우려도

경제

이데일리,

2025년 7월 20일, 오전 11:19

[이데일리 김국배 기자] 5대 시중은행의 하반기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가 3조~4조원 줄면서 금융 소비자가 체감하는 대출 문턱이 더 높아질 전망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은 당국의 요청을 받아 최근 하반기 새 가계대출 총량 관리 목표치를 제출했다. 이는 지난달 발표된 ‘6·27 가계대출 관리 방안’의 연장선이다.

사진은 서울 시내 거리에 붙은 담보대출 안내문. (사진=연합뉴스)
당초 5대 은행은 올해 연간 가계대출 증가액(정책대출 제외)을 약 14조5000억원, 하반기 7조2000억원 정도로 잡았다. 그러나 이번에 제출한 관리 목표는 약 3조60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아직 당국과 조율이 끝나지 않아 은행별 구체적 목표가 확정되진 않았지만 상반기 가계대출 실적에 따라 축소율이 차등 적용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문제는 당국과 은행권의 총량 관리 강화가 실수요자들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6·27 대책 발표 전 계약을 마친 고객의 대출 신청 건은 3분기 실적에 반영될 것”이라며 “하지만 하반기 목표가 절반으로 줄어든 만큼 4분기에 목표 달성 압박이 커지면서 가계대출 절벽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특히 하반기 예정된 이주비, 중도금, 잔금 등 집단대출에서도 은행들이 금리를 더 높여 제안하는 등 소극적 태도를 보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진행한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에서도 3분기 국내 18개 은행의 가계 주택대출·신용대출 등 일반 태도 지수는 각각 -31, -22로 2분기(-11, -11) 대비 강화됐다. 은행 여신 총괄 책임자들이 향후 대출이 더 엄격해질 것으로 본다는 의미다.

결국 하반기 금융 소비자들의 대출 접근성은 부동산 시장 흐름에 따라 갈릴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 관계자는 “주택 매매가 크게 줄어들면 가계대출 수요 자체가 줄어 은행들이 설정한 새 총량 목표 안에서 감당할 수 있는 수준까지 축소될 수 있다”며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대출이 필요한 고객이 한도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했다.

한편 이달 초까지 전월의 40% 수준으로 떨어졌던 가계대출 증가 속도는 중순 이후 다시 빨라지는 추세다. 아직 대출 수요 급감을 기대하기 이르다는 뜻이다. 5대 은행의 지난 17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57조4194억원으로 6월 말(754조8348억원)보다 2조5846억원 늘었다. 하루 평균 증가액이 1520억원으로 6월(2251억원)의 68% 수준이다. 이 추세대로라면 이달 말까지 4조7000억원 가량의 가계대출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대출 종류별로 보면 주택담보대출이 전달보다 2조3478억원 늘었다. 하루 평균 1381억원으로 6월(1921억원)의 약 72%에 해당된다. 가계대출 선행 지표인 은행별 대출 신청 승인 규모는 ‘영끌’ 열풍이 불었던 6월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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