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이 지난 18일 제주 서귀포시 인근식당에서 열린 ‘2025 한경협 CEO 제주하계포럼'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한경협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2025.7.21/뉴스1 최동현 기자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은 "내년 2월 정기총회에 4대 그룹 회장들이 (회장단에) 복귀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며 "제 임기가 2027년 2월까지인데, 그때까지 최선을 다해서 (4대 그룹 총수의 회장단 복귀 추진을) 하는 것이 제 운명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류 회장은 지난 18일 한경협 제주하계포럼을 맞아 진행한 기자 간담회에서 삼성·SK·현대차·LG 4대 그룹 총수의 한경협 회장단 복귀 및 회장단 회의 재개 계획에 대해 "빨리해야겠다, 이런 건 아니지만 정부와 상의하면서 (회의 재개를) 추진하는 게 저의 소망"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재계 맏형' 위상 회장단 회의 재개 시사…"임기 내 4대 총수 복귀"
'회장단 회의'는 한경협 소속 재계 총수들이 경제 현안과 정책 방향을 논의하는 최고의사결정기구다. 한경협의 전신인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시절에는 이건희 삼성 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본무 LG 회장, 정몽구 현대차 회장, 조양호 한진 회장 등 20여명의 대기업 총수가 격월로 정기 회의를 가졌다.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직전이었던 1997년 9월, 폐암 수술을 받은 고(故) 최종현 SK 선대 회장이 산소 호흡기를 꽂은 채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 참석한 장면은 유명하다. 회장단 회의는 구성원의 면면과 파급력에서 한경협이 '재계 맏형' 역할을 하게 했던 핵심 기구였다.
회장단 회의는 2016년 국정농단 사태로 전경련이 해체 위기에 몰리면서 사실상 명맥이 끊겼다. 삼성·SK·현대차·LG는 지난해 한경협 회원사로 복귀했지만, 해당 총수들은 아직 한경협 부회장단에는 이름을 올리지 않고 있다. 류 회장이 '다음 스텝'으로 4대 그룹 총수의 회장단 합류를 꺼낸 이유다.
류 회장은 탈퇴했던 회원사들이 대부분 복귀한 것과 관련 "국민들이 (한경협을) 용서해 주신 것 같다"고 평가하면서 "이재용 회장도 부담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 회장은 지난 17일 대법원의 무죄 확정으로 사법 리스크를 완전히 벗었는데, 류 회장이 공개적으로 그의 회장단 복귀를 요청한 것이다.
류 회장은 다음 달 취임 2주년을 맞는다. 그는 "제가 일주일 중 80% 시간을 한경협에 쓰고 있다. 월·수·금 한경협에 나가는데 어떨 땐 화·목에도 출근한다"며 "다른 건 몰라도 (역대 회장 중) 한경협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회장일 것"이라고 한경협 위상 회복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1997년 9월 폐암 수술 후 호흡기를 꽂고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 참석한 최종현 SK 선대회장의 모습. (SK 제공) 2023.4.6/뉴스1
"관세 협상, 남은 2주에 韓 운명 달려"…2차 상법 개정엔 '속도 조절'
류진 회장은 한미 관세 협상, 2차 상법 개정 추진, 정부·여당과의 관계 설정, 지역경제 활성화 등 현안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류 회장은 다음 달 1일 미국 상호관세 25% 부과를 앞두고 한미 협상이 진행 중인 것과 관련해 "(협상 시한인) 앞으로 2주에 한국 경제의 운명이 달려있을 만큼 중요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생각해서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보다 좋은 조건을 얻게 되면 '헤드 스타트'(Head Start·우위 선점)가 된다"고 했다.
미국 상호관세는 대다수 국가가 피할 수 없는 상수(常數)가 됐다. 즉 한미 협상에서 최고의 타결을 끌어낸다면 결과적으로 한국이 다른 나라보다 관세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인식이다. 류 회장은 "2주간 풀 크로스(전방위 협력)를 해서, 지금은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미래를 위해서 (미국에) 줄 것은 줘야 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류 회장은 더불어민주당이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시위원 분리 선출 확대,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을 담은 '2차 상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선 "저도 (풍산그룹의) 자사주를 앞으로 소각하려고 한다"며 법 개정 취지에 동감하면서도 "(법 개정을) 한꺼번에 다 하면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우리 경제를 위해 페이스를 좀 늦추는 것이 어떨까"라고 속도 조절을 요청했다.
이재명 대통령에 대해선 "고향이 경북 안동으로 저와 동향이다. 안동 사람들이 고향 사람을 굉장히 챙긴다"고 농담을 하면서도 "이제껏 만난 리더 중 남의 이야기를 가장 많이 경청하시는 분"이라고 평가했다. 민주당과 10년 만에 대화를 재개한 것에 대해선 "(지난 3월) 당사에 초대받았을 때 제가 '차였던 옛 여자 친구를 만난 느낌'이라고 했는데, 용서를 해주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류 회장은 풍산그룹의 지역 투자 계획도 밝혔다. 그는 지역경제 활성화에 대해 "기업이 본사를 지방으로 옮기려면 막강한 혜택, 인센티브를 줘야 하지 않겠나"라며 "저도 한경협을 맡아 모범을 보여야 하니 (풍산의) 지방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류 회장은 "올해 여름휴가는 전북 고창의 상하 목장에 가려고 한다"며 내수 활성화에 직접 나서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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