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복까지 꺼낸 편의점…깜짝 놀란 대형마트 할인에 '올인'

경제

이데일리,

2025년 7월 21일, 오전 06:10

[이데일리 한전진 기자] 유통업계가 때아닌 고객 쟁탈전에 돌입했다. 정부가 민생회복 소비쿠폰(이하 민생쿠폰) 발급을 시작하면서다. 쿠폰은 편의점 등 중소형 가맹점에서만 사용 가능해, 모처럼의 호재를 맞은 편의점은 전복·한우 등 고급 식품까지 상품 구색을 넓히며 매출 반등을 꾀하고 있다. 반면 사용처에서 제외된 대형마트·백화점 등은 생필품·프리미엄 제품의 할인 폭을 키우며 ‘방어전’에 나선 모양새다.

편의점 GS25에서 GS리테일 직원들이 수박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GS리테일)
2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이날부터 민생쿠폰 지급을 시작한다. 신용·체크카드, 선불카드, 지역사랑상품권(지류·모바일·카드) 중 하나를 선택해 신청·수령하는 방식으로 전 국민이 대상이다. 사용처는 연 매출 30억원 이하 오프라인 매장이다. 전통시장·식당·미용실·학원·약국은 물론 편의점과 카페, 치킨집 등 프랜차이즈 가맹점도 해당된다.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 대형마트와 백화점, 기업형슈퍼마켓(SSM)은 골목상권 소비 회복 취지에 따라 직영·가맹 여부와 관계없이 사용이 제한된다.

편의점 업계는 객단가 확대를 노리고 전략 상품을 전면에 배치했다. GS25는 한우, 장어, 꽃갈비 등 프리미엄 먹거리를 기획전 형식으로 선보인다. 생필품은 제휴카드 25% 할인과 2+1 증정 이벤트를 병행한다. CU는 라면·즉석밥 등 120여종 품목에 최대 63% 할인을 적용하고, 회원 대상 포인트 페이백을 제공한다. 세븐일레븐은 생수, 위생용품, 과일 등 2000여 품목에 걸친 특가전을 운영한다. 이마트24는 흑돼지삼겹살과 LA갈비를 무료 택배 기획상품으로 내세워 소비쿠폰 수요 흡수에 나섰다.

이번 민생쿠폰은 편의점 업계의 단비와 같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편의점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0.4% 감소했다.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13년 이후 처음으로 분기 역성장이다. 점포 과잉 출점, 고물가에 따른 소비 위축, 생활 유통채널의 다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CU·GS25 등 주요 편의점 브랜드는 이번 쿠폰을 업황 재정비의 계기로 삼겠다는 각오다.

반면 대형마트는 긴장감이 역력하다. 사용처에서 제외되며 소비자 이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커머스의 가격 공세와 내수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 쿠폰 정책이 편의점 중심 소비 흐름을 더욱 가속화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전국민 긴급재난지원금이 지급됐을 당시에도 대형마트는 매출이 감소한 반면, 편의점은 특수를 누린 바 있다.

당시 통계는 이러한 우려를 뒷받침한다. 통계청의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2020년 5월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이 시작되자 대형마트 매출은 전월대비 9.7% 줄었고, 6월에도 5.3% 추가 감소했다. 2021년 9월 추가 지원금 지급 당시에도 대형마트의 매출은 전월대비 13.3% 급감했다. 소비가 지원금 사용처 채널로 집중되면서 대형마트와 SSM은 매출 직격타를 받았다.

대형마트는 할인 폭을 더욱 키우며 대응에 나섰다. 이마트(139480)는 농림축산식품부 할인 지원사업과 자체 행사를 결합해 복숭아·수박 등 제철 과일과 돼지고기 등 축산품을 최대 36% 저렴하게 내놨다. 롯데마트 역시 과일·채소·곡류 등 10여 품목에 중복 할인 혜택을 적용하고, 전 매장으로 가격 프로모션을 확대했다. 쿠폰 사용이 제한된 상황을 고려해 할인으로 고객 이탈을 최소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백화점도 대응에 속도를 내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오는 25일부터 다음달 10일까지 전점에서 ‘서머 고메 위크’를 열고 식음료 할인권을 배포한다. 잠실점은 와인·샴페인 기획전, 본점은 주얼리 팝업스토어(임시매장)를 연다. 신세계백화점은 강남점과 대구점에 전시·체험형 콘텐츠를 집중 배치했고, 현대백화점은 가전·가구 할인 행사를 확대 중이다. 백화점 업계 역시 2020년 재난지원금 지급 당시에도 매출 감소를 겪었다. 고급 상품할인과 체험형 콘텐츠로 앞세워 방어에 나서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편의점은 할인 프로모션과 디지털 인프라가 잘 결합돼 있어 쿠폰 효과가 빠르게 반영될 수 있다”며 “대형마트나 백화점은 사용처에서 제외되면서 대응 폭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지원금 활용 채널이 반복적으로 중소형 매장에 집중되다 보면, 앞으로 유통 소비 지형에도 점진적인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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