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건설 사옥 전경.(사진=현대건설)
반면 매출은 오히려 역성장하며 전반적인 현금흐름이 둔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매출채권이 빠르게 늘고 있음에도 실질 매출이 뒷받침되지 않으면서 현금흐름 악화가 만성화 되고 있는 모습이다.
실제 현대건설의 올해 1분기 매출은 7조4556억원으로 전년 동기 8조5453억원 대비 12.8% 감소했다. 연환산 매출에 기반한 매출채권 회전율은 7.5회에서 5.5회로 2.1회 감소했고, 회전일수는 48.6일에서 66.8일로 18일 늦어졌다. 매출채권회전율은 매출채권이 영업활동을 통해 현금인 매출로 몇 번이나 전환됐는지는 보여주는 수치다.
즉 현대건설은 지난해 매출채권을 회수하는 데 한 달 반이면 충분했지만 올해 1분기에는 두 달 이상 걸린 셈이다. 이들 수치가 하락했다는 것은 매출채권을 회수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는 뜻으로 그만큼 대손 발생의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 현대건설이 영업활동에서 발생시킨 현금은 대부분 운전자본인 매출채권에 묶이면서 순유출을 의미하는 마이너스(-)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현대건설의 매출채권 증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해외 플랜트사업에서 발생한 미수금 영향이 크다. 수주한 해외 플랜트 공사에서 미도래 마일스톤(Milestone) 규모가 확대돼 매출채권 증가로 이어졌다.
마일스톤 계약은 건설 공사에서 계약서에 지정된 공정단계(마일스톤)를 달성할 경우에만 대금을 청구할 수 있는 방식을 의미한다. 마일스톤 방식은 건설사가 원가를 투입한 시점과 발주처가 공사 금액을 인정하는 시점에서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에 매출채권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은 중동지역 대규모 가스전 프로젝트와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 관련 인프라 추가 수주, 유럽 최대 석화단지 등 해외 시장에서 수주를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구조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해외사업 중심의 매출 인식 구조와 맞물려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매년 매출채권 규모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만큼 단기간 내에 해소하기엔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 현대건설의 최근 3년 간 매출채권 추이를 보면 △2022년 2조158억원 △2023년 3조3787억원 △2024년 5조3192억원 등으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증가 속도를 고려하면 연내 매출채권 규모가 6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회전율 둔화는 현대건설의 수익 구조가 실물 성과보다는 장부상 수주·매출에 의존하고 있음을 방증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장기 해외 프로젝트 중심의 수익구조가 계속되는 한 매출채권 회수 부담과 현금흐름 악화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수익성보다는 외형을 지탱하는 데 급급한 사업구조가 굳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는 현대건설의 현금창출력에서 잘 드러난다. 현대건설의 올해 1분기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2416억원으로 전년 동기 2770억원 대비 12.8% 줄었다. 현대건설이 해외 시장에서 수주고를 올리고 있음에도 수익성 확보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