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스테이블코인 법안 '지니어스 법(GENIUS Act)'이 지난 17일(현지시간) 미 상원을 통과했다. 발의된 이후 줄곧 민주당 의원들의 반대에 부딪혔지만, 찬성 68표 반대 30표로 극적 통과에 성공했다.
이를 두고 미국이 가상자산 입법에 본격적으로 드라이브를 걸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니어스 법을 시작으로, 바이든 정부에서 확립되지 못했던 가상자산 규제 명확성이 확립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스테이블코인 법안, 상원 통과…은행-코인 발행사 역할 분리
지난 2월공화당 소속 빌 해거티 의원과 커스틴 질리브랜드 의원 등이 공동 발의한 지니어스 법은 몇 차례 수정을 거쳐 지난 17일 상원을 통과했다.
바이든 정부 때도 미국 각 주에서는 스테이블코인 규제를 위한 법안이 발의된 바 있다. 상원 및 하원에서도 허가를 받아야만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제출된 바 있지만, 양원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전부터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를 반대하고, 스테이블코인을 지지하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내비쳤기 때문이다. 달러와 연동되는 스테이블코인의 활용도를 높임으로써 달러 패권을 유지하려는 전략이다.
따라서 이번에는 초당적 합의가 가능할 것이란 추측이 제기된다. 하원 통과, 대통령 서명 등이 남아 있지만 가상자산 업계도 미국에서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위한 규제 명확성이 확립될 것이란 데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지니어스 법의 핵심은 법정화폐 연동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려는 기업을 위해 발행 요건을 규정한 것이다.
법안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려는 은행 자회사 및 비은행 기업은 일정 요건을 갖춰야 한다. △발행량과 1:1로 대응되는 준비자산(현금, 은행예금, 단기 국채 등)을 유지할 것 △공인 회계법인의 검증을 거친 준비자산 보고서를 매월 공시할 것 △코인 이용자에 대한 상환 의무를 질 것 등이다. 또 수정안에서는'이자 지급 금지'에 관한 조항이 추가됐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은행의 역할을 침범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빌 해거티 공화당 소속 상원 의원은 이번 표결에 앞서 "(스테이블코인은) 결제 시스템을 현대화하고, 국가의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SEC 역할 명확하게…클래리티 법안, 하원 통과 눈 앞
미국의 입법 작업은 스테이블코인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바이든 정부 시절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가상자산 업계에 큰 권력을 휘둘렀던 만큼, SEC의 권한을 명확히 하기 위한 법안도 발의된 상태다.
현재 하원에서는 미국 가상자산 시장구조 법안(CLARITY) 수정안이 농업위원회와 금융서비스위원회를 통과한 상태다. 이에 따라 법안은 본회의에 상정된다.
클래리티 법안의 목적은 가상자산 기업이 미국에서 사업을 운영할 수 있도록 명확한 규제를 확립하는 데 있다. 무엇보다 투자수단별로 증권거래위원회(SEC) 관할인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관할인지 정하는 조항이 핵심이다.
구체적으로는 가상자산 발행사와 투자자 간 투자 계약이 있을 경우엔 해당 가상자산은 '증권'으로 분류된다. 나머지는 '상품'이다. 증권은 SEC가, 상품은 CFTC가 감독하게 된다.
또 SEC는 가상자산 초기 판매, 자금 조달 등에 대한 규제를 지속할 예정이며, CFTC는 디지털자산 거래소, 현물 시장에 대한 규제를 이어간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이처럼 미국이 가상자산 입법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전 세계적으로 가상자산의 법적 성격을 규정하고, 규제 명확성을 확립하기 위한 시도가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TRM랩스는 최근 '미국의 디지털자산을 위한 새로운 프레임워크' 보고서를 내고 "CLARITY 법은 미국 디지털자산 생태계를 위한 포괄적인 규제 프레임워크이자, 중요한 입법적 노력"이라며 "전 세계적으로 CLARITY 같은 규제 프레임워크가 등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