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요 빅테크 기업들이 스테이블코인 사업을 정조준하고 있다. 달러를 기반으로 한 스테이블코인은 기존 결제 시스템보다 빠르고 저렴한 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선 은행·카드사에 지급하는 수수료를 줄일 해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행정부의 가상자산 친화 정책 기조가 맞물려 유통·숙박·교통 등의 산업으로 스테이블코인 도입 논의가 빠르게 확산하는 분위기다. 최근 미국 상원 의회를 통과한 첫 스테이블코인 법안까지 힘을 보태며 기업들의 가상자산 결제 도입이 현실로 다가서고 있다.
빅테크 침투한 스테이블코인…"카드 수수료 줄인다"
26일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은 최근 미국 달러 기반의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하면 기존 결제 시스템보다 빠르고 저렴하게 결제·송금이 가능하다. 기업 입장에선 중간 수수료를 줄여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구글과 애플, X(옛 트위터) 등 다른 빅테크 기업들도 전통 결제망에 의존하는 대신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구글 클라우드 관계자는 "24시간 365일 효율적인 결제가 이뤄지도록 이용자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며 "스테이블코인 서비스를 안전하게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애플도 스테이블코인 시장에 발을 담그기 위해 USDC 발행사 서클과 물밑 협의를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아직 구체적인 서비스 출시나 파트너십 발표는 나오지 않았다. X 역시 글로벌 결제 기업 스트라이프와 손잡고 자체 결제 애플리케이션(앱)에 스테이블코인을 연동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한 차례 '사업 좌초'의 고배를 마셨던 메타도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시도하려는 조짐이 보인다. 메타는 지난 2019년 자체 스테이블코인 프로젝트 '리브라'를 발표한 바 있다. 다만 빅테크가 발행한 코인의 신뢰 문제와 달러 패권 위협에 대한 미국 정부·의회의 우려로 끝내 무산됐다.
이러한 흐름은 유통·숙박·교통 업계로도 확산하고 있다. 미국 숙박 플랫폼 기업 에어비앤비는 영국 전자결제 기업 '월드페이'와 스테이블코인 활용 방안을 협의 중이다. 비자·마스터카드 등 기존 카드사에 부과하는 높은 수수료에서 벗어나기 위한 포석이다.
미국 최대 유통업체 월마트도 자체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검토 중이다. 유통업계는 그동안 신용카드 결제망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자 했지만 대안을 찾기 어려웠다. 또 여러 빅테크 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제삼자가 발행한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글로벌 교통 플랫폼 우버는 최근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급성장으로 이용자의 수요에 맞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다라 코스로샤히가 우버 최고경영자(CEO)는 이달 초 외신 인터뷰에서 "이른 시일 안에 비트코인과 스테이블코인 등 가상자산 결제를 도입할 계획"이라며 "이미 신용카드와 페이팔, 애플페이 등 디지털 결제를 제공하는 만큼 이용자가 선호하는 결제 수단을 지원할 것"이라고 전했다.
美, 스테이블코인 육성 '드라이브'…"지니어스법 통과 후 현실화 가능성"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가상자산 친화 정책과 맞물린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미국 대선 때부터 달러 패권 강화를 위해 스테이블코인을 적극 지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8일 미국 최초 스테이블코인 법안 '지니어스법'이 상원 의회의 표결을 통과한 것도 이러한 흐름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해당 법안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의 라이선스 취득, 준비금 확보, 공시·감사 의무 등을 규정했다.
지니어스법은 하원 통과, 대통령 서명을 남겨두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을 통해 지니어스법을 조속히 통과시켜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iM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아마존이나 월마트는 이용자가 신용카드로 결제 시 카드사·은행에 매출액의 1~3% 정도의 수수료를 지급 중"이라며 "스테이블코인으로 수수료를 절감해 수익성을 개선하려는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 △지니어스법 통과로 인한 규제 환경 조성 △허가된 스테이블코인 발행업체와 제휴 등의 조건을 충족하면 아마존, 월마트 등의 스테이블코인 발행이 허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