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 부산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20%에 가까운 높은 공실률로 대변되는 깊은 침체 속에 있다. 하지만 해양수산부 이전과 함께 예고된 북항 재개발, 그리고 향후 추진될 수 있는 공공기관 추가 이전은 이 지역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줄 것이다. 반면 서울, 수도권 시장은 당장 큰 변화가 없겠지만, 수요 구조의 변화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부산, 긴 침체의 터널 끝에서 보이는 희미한 빛
부산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현실은 냉혹하다.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2024년 4분기 부산지역 오피스 공실률은 18.1%로 전국 평균 8.9%의 두 배에 달한다. 중대형 상가 공실률 14.2%, 임차권리금이 있는 상가 비중의 감소 등 모든 지표가 시장의 어려움을 드러낸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임대료 하락세다. 부산 오피스 평균 임대료가 ㎡당 7,100원으로 전년 대비 0.9% 하락한 것은 숫자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이는 임대인들이 공실을 메우기 위해 수익성을 포기하고 있다는 의미로, 시장의 구조적 문제가 깊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은 이런 침체 국면에 변수를 제공한다. 동구 초량동 IM빌딩과 협성타워에 850여 명의 직원이 입주하게 되면, 단순히 오피스 하나가 채워지는 것 이상의 파급효과가 있다. 정부기관 이전은 연관 기업들의 동반 이주와 출장객 증가, 인근 상권 활성화 등 연쇄 반응을 일으킨다.
더 중요한 것은 상징성이다. 해양수산부 이전은 부산이 단순한 지방도시가 아닌 해양·물류 중심지로서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계기가 된다. 북항 재개발과 연계된 시너지 효과, 부산항만공사 등 기존 기관들과의 클러스터 형성은 장기적으로 이 지역 부동산 가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현장에서도 변화의 기운이 감지된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동구·북항 일대 상업용 부동산 매물 문의가 늘고 있다. 물론 현재의 공급과잉 상황을 고려할 때 단기적인 급격한 회복은 어렵겠지만, 적어도 하락세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은 충분하다.
◇서울 시장, 안정 속에서 읽히는 구조 변화의 전조
서울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부산과 대조적으로 여전히 견고하다. 2025년 1분기 서울 A급 오피스 평균 공실률(4.0%)은 건전한 수준이며, 이는 수도권 집중 현상이 여전함을 보여준다.
하지만 세심히 들여다보면 변화의 조짐이 포착된다. 대기업들의 광화문·강남 등 전통 중심 업무지구에서 경기도 광명·구의·영등포 등지로의 사무실 이전이 늘고 있으며, 이로 인해 CBD 공실률이 3.1%에서 3.6%로 상승했다. 이는 기업들이 임대비용 절감을 위해 입지를 재검토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해양수산부 이전이 서울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직접적 영향은 제한적이다. 하지만 이것이 시작에 불과하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만약 정부가 추진하는 2차 지방이전이 본격화되고, 산업은행이나 HMM 같은 대형 공공기관들이 실제로 움직인다면 서울 오피스 시장의 수요 구조에 상당한 변화가 올 것이다.
이런 구조적 변화는 서서히 진행되다가, 어느 순간 티핑포인트를 넘어, 급격한 변화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현재는 그 변화의 초기 단계에 있다.
특히 KB금융연구소가 지적한 ‘투자 양극화’ 현상이다. 수도권 거래비중이 역대 최고인 80%를 기록한 것은 투자자들이 여전히 서울을 선호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동시에 이는 서울 부동산의 가격 상승 압력을 의미하기도 한다. 결국 기업들의 지방 이전을 가속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새로운 조류를 타고 항해하는 법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은 우리나라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새로운 조류가 시작되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다. 이 변화의 물결을 어떻게 읽고 대응하느냐에 따라 투자자와 정책입안자, 그리고 지역경제의 미래가 달라진다.
부산의 경우, 단기적 기대와 장기적 전망을 균형 있게 바라봐야 한다. 지금의 공급과잉 상황은 하루아침에 해결되지 않는다. 하지만 해양·물류 클러스터 조성과 북항 재개발이 본격화되면, 부산은 신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핵심은 이런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면서, 과도한 기대를 경계하는 것이다.
서울 시장 참여자들도 안주할 수만은 없다. 당장은 안정적이지만, 정부의 균형발전 정책과 기업들의 비용 절감 노력이 맞물리면 장기적으로, 수요 구조 변화가 불가피하다. 특히 정부기관과 공기업이 집중된 여의도·광화문 일대는 이런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번 해양수산부 이전이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한국 사회의 구조적 변화를 반영하는 현상이라는 점이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 감소, 디지털 전환에 따른 업무 방식 변화, 그리고 정부의 지방분산 정책이 맞물리면서 기존의 서울 중심 부동산 패러다임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상상하기 어려운 변화들이 현실이 되고 있다.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은 그 시작일 뿐이다. 조류가 바뀌고 있다. 이제 새로운 항로를 찾아 나설 때다.

문지형 알스퀘어 대외협력실장(사진=알스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