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아파트 단지의 모습. (사진=방인권 기자)
전세매물이 줄고 전셋값이 급등할 조짐을 보이면서 서울을 중심으로 같은 단지 내 같은 면적 아파트 전셋값이 수억원 이상 벌어지는 ‘전셋값 이중가격’ 현상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전세계약 갱신권을 사용하면 전셋값 인상률을 5% 이내로 제한할 수 있는데 최근 전셋값이 오를 조짐이 보이자 이를 사용하는 임차인이 늘면서 신규 계약자와 가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20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서울의 전세 매물은 총 2만 6490건으로 이는 두 달 전인 2만 5002건에 비해 5.7% 감소한 수치다. 이 기간 경기도(-13.7%)와 인천(-9.5%) 등 수도권은 더 가파른 속도로 전세 매물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6·27 대출규제로 소유권 이전 전세대출인 이른바 갭투자(세 안고 매매)를 하면 세입자의 전세 대출이 제한되고, 전세반환대출이 축소되면서 시장에서 전세 매물 자체가 빠르게 줄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셋값은 지속적으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7월 둘째 주(14일 기준)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 2월부터 23주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학군지 등 실수요자가 몰리는 지역을 중심으로 전셋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며 전세계약 갱신권을 사용하는 빈도가 눈에 띄게 늘 것으로 보인다.
윤지해 리서치랩장은 “갱신권을 사용하면 전세 임차인은 최소 4년간 연 5% 이내 인상률로 동일 주택에 거주할 수 있는 만큼 전셋값이 계속 오르는 시장에선 갱신권을 사용하는 임차인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학군지 등 실수요가 높은 곳을 중심으로 이 같은 현상이 눈에 띄게 늘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미 전세 계약갱신요구권 사용 비중은 지난 2분기부터 급증하는 추세다. 올해 2분기 서울 아파트 전월세 갱신계약 가운데 갱신권을 사용한 비중은 49.7%로 절반에 육박했다. 이는 2022년 3분기 60.4% 이후 최대 비중이다. 특히 이 기간 전세의 갱신권 사용 비중은 56.9%로 2022년 3분기(68.8%) 이후 가장 높았다.
갱신권 사용 빈도가 증가하면서 전셋값 이중가격 현상은 보다 굳어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흐름은 결국 전세시장 불안요인으로 작용해 전세의 월세화 현상을 부추길 것이라고 보고 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전셋값 이중가격은 시장 내 왜곡을 심화시키며, 전세 시장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특히 국지적으로 강남권, 재건축 추진 지역, 학군 수요 밀집지는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며 “당기적으로 신규 전세 수요자는 높은 가격에 진입해야 해 부담이 가중될 것이고 이는 결국 중장기적으로 전세의 월세 전환 수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